[윤평중 칼럼] ‘대통령 윤석열’의 존재증명
윤석열 정부는 최악의 적대적 환경에서 출범했다.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고 좌파 카르텔은 막강하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사람도 많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출범 두 달도 안 돼 국정 수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3주 연속 윤석열 대통령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섰다.(7월 2~4일 알앤써치 여론조사)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과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다. 특히 20대에서 부정평가가 수직 상승(지난 주 53.4%에서 이번 주 61.3%)했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중대한 민심 이반을 가리킨다.
대통령 선거는 거대한 기동전(機動戰·War of Maneuver)이다. 20대 대선은 우파와 좌파가 국가 운명을 다툰 총력전이었다. 반면 진지전(陣地戰·War of Position)은 장기간 얽혀 싸우는 참호전이다. 언론계·학계·예술계·종교계·노조 등 삶의 현장에서 이념을 전파하고 세력을 키우는 게 진지전이다. 그람시(A. Gramsci·1891~1937)가 설파한 기동전과 진지전의 앙상블은 공산혁명을 위한 것이었지만 민주정치에도 적용 가능하다. 한국 우파는 기동전에서 기적적으로 신승했을 뿐 모세혈관 같은 진지전에선 좌파에 밀린다. 국민 세금으로 편파 조작 방송을 일삼는 좌파 ‘프로파간다 머신’(선전 선동 기계) ‘김어준의 뉴스공장’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압도적인 정권 교체 민심에도 윤석열이 혜성처럼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리멸렬한 우파가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강골 검사’ 윤석열의 몫이 그만큼 컸다. 하지만 기동전 승리만으론 이익 단체로 뿌리내린 좌파 진지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다. 학계·노조·언론 등 시민사회를 장악한 좌파 참호들이 사령부를 포격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윤 정부를 겁박하는 민노총의 위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가기구의 핵심인 경찰까지 새 정권에 딴지를 걸 정도로 윤 정부 권력 기반은 허약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발언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서 지지율은 의미가 없기는커녕 정치적 정통성의 근원이며 국정 수행의 근본 동력이다. ‘대통령 처음 해보는’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다음 총선까지 기댈 데는 민심밖에 없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정책 추진이 어렵고 20%대로 추락하면 정상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지지율 폭락이 부를 국정 마비 사태는 ‘초보 정치인’ 윤석열 앞에 놓여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약식 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는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대통령의 실언이 가져올 헤게모니(Hegemony·지도력) 침식 효과 때문이다. 그람시적 의미의 헤게모니는 민중이 지도자의 언행과 가치관, 체제 정당성과 규범에 진심으로 승복할 때 창출되는 리더십의 힘을 가리킨다. 국민의 자발적 동의야말로 헤게모니의 핵심이다. 국민은 공정과 상식을 무너트린 문재인 정권의 대안으로 윤석열을 선택했다. 그런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거스른 인사를 거듭할 때 윤 정부의 헤게모니가 민심에서 솟아날 리 만무하다. 헤게모니 상실 위기야말로 윤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실체다.
전임 대통령은 어려울 때 참모 뒤에 숨었고 각본 없이는 기자들과 대화도 힘들었다. 언론과 자유롭게 만나 국정 현안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윤 대통령의 당당함은 그만큼 돋보인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일관되게 지적하는 윤 정부 인사 풀의 협소함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불쾌해하는 윤 대통령의 독선은 윤 정부의 위기가 어디서 비롯했는지 웅변해준다. 예컨대 코로나 재난에서 국민과 아픔을 함께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삼는 방식의 광명정대한 통합 인사가 요청된다. 정당한 민심의 목소리와 싸우려드는 권력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다.
온 국민이 민생고로 울부짖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 고통에 필사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우리네 삶을 나아지게 할 비전을 증명해야 한다. 국민의힘 권력투쟁을 해소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청년 세대로 넓히는 것도 정치인 윤석열의 준엄한 책무다. 다수 국민과 동행해야 진지전의 형세가 바뀌고 미래 기동전 승리가 가능하다. 국민만을 생각하는 책임정치야말로 21세기 천하대란을 뚫고 나가는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의 존재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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