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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놀로그

bindol 2022. 7. 14. 03:47

혼놀로그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00:22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혼놀로그’는 ‘혼자 노는 브이로그’의 줄임말로 혼자 보내는 일상을 브이로그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에 익숙해진 MZ세대는 이제 혼밥·혼술을 넘어 혼커(혼자 커피), 혼공(혼자 공부), 혼운(혼자 운동),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혼캉스(혼자 호캉스), 혼영(혼자 영화), 혼생(혼자 보내는 생일), 혼쇼(혼자 쇼핑) 등 ‘혼놀 문화’를 즐기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해 SNS에 올리고 있다.

혼자 보는 영화 ‘혼영’ 인증샷. [사진 인터넷 캡처]

물론 MZ세대가 ‘혼놀로그’에 빠진 이유는 진짜 외로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갓생러’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갓생’이란 신(갓·God)과 인생(人生)이 합쳐진 신조어로 손에 닿지 않는 화려한 삶을 쫓기보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작은 일에 열심히 도전하면서 소소한 성공과 행복을 맛보는 삶을 뜻한다.

즉, 살다보면 혼자 있을 때도 생기지만 “이 시간조차 허투루 보내지 말고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추구하며 인생을 기록하자”는 게 ‘혼놀로그’의 핵심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이용해 자유로움을 만끽하거나 집중력을 높여 원하는 바를 충분히 얻고, 그 시간 자체를 영상 콘텐트로 만들어 SNS에 올리고, 온라인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좋아요” 같은 응원도 받고. 효과는 일석삼조다.

혼자 있으면서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MZ세대가 말하는 ‘혼놀로그를 즐기는 이유’ 중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느껴야 마음이 안정되고 덜 심심하다”는 대목에선 씁쓸한 생각도 든다.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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