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전투기의 세대

bindol 2022. 7. 21. 03:40

[만물상] 전투기의 세대

입력 2022.07.21 03:18
 
 

2차 세계 대전 때까지는 프로펠러 전투기가 대세였다.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뒤엉켜 공중전을 벌이는 도그파이트(dog-fight)는 2차 대전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2차 대전 끝 무렵 속도와 고도,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제트 전투기가 처음 등장했다. 이를 1세대(제트) 전투기라고 한다. 미국과 소련의 1세대 전투기가 첫 공중전을 벌인 것이 6·25 때다. 미국이 다소 우세했다. 1950년대 중반 초음속에 레이더를 갖춘 2세대 전투기가 나왔다. 10여 년 후엔 미사일과 항공전자장비를 갖춘 3세대 전투기가 개발됐다. 육안과 기관총이 아닌 미사일과 레이더로 싸우는 시대가 된 것이다.

▶1970년대에 F-15, F-16 시리즈로 대표되는 4세대 전투기가 나왔다. 레이더·미사일의 정확도는 한층 높아지고 전투에 폭격 기능까지 갖춘 멀티 플레이어였다. F-15는 한때 ‘하늘의 제왕’으로 불렸다. 1980년대 들어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하는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감시·추적 장치, 낮은 수준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4.5세대 전투기 기술이 개발됐다. 우리가 19일 첫 시행 비행에 성공한 KF-21 보라매도 4.5세대다.

▶2000년대 들어 완벽한 스텔스 기능과 고도의 레이더 탐지 능력을 갖춘 5세대 F-22가 등장했다. 뒤이어 F-35와 러시아의 SU-57, 중국의 J-20도 5세대라며 선을 보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4세대인 FA-18 수퍼 호넷을 몰고 적진을 타격하고, 구형 F-14를 탈취해 상대 5세대 전투기와 싸워 2대를 격추한다. 현실에선 있기 힘든 일이다.

 

▶5세대 F-22는 2007년 F-15 등 4세대 전투기와 벌인 모의 공중전에서 144대0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4.5세대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F-22와 가상 대결에서 딱 한 번 이긴 적이 있다지만 F-22가 스텔스 기능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면 질 리가 없었다. 전투기의 세대 차이는 체급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원이 다른 것으로 극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과 러시아·중국·영국·일본 등은 이제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갖춰 여러 대의 무인기를 거느릴 수 있고 최첨단 레이저 무기도 탑재된다. 활동 범위가 우주와 가까운 지상 100㎞까지 확대될 거란 전망도 있다. 스타워즈에서나 볼 법한 전투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