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서하학파(西河學派)
천지일보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춘추와 전국시대의 구분 기준은 제(齊)의 정권이 강(姜)씨에서 전(田)씨로 넘어간 전씨대제(田氏代齊)와 한(韓), 위(魏), 조(趙)가 진(晋)을 분할한 삼가분진(三家分晋)이다. 이 대표적인 사건은 하극상(下剋上)이었다. 공자가 예견한 예악의 붕궤가 현실화됐다. 위문후는 최초로 개혁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룩해 본격적인 전국시대를 주도했다. 그는 춘추시대 강자였던 진(秦)부터 공격했다. 오자병법의 저자 오기(吳起)가 진의 서하지역을 점령했다. 위문후는 점령지역에 대한 문화적 침투를 시행했다. 유명한 서하학파는 이를 배경으로 형성됐다. 자하는 공자의 제자로 이름이 복상(卜商)이었으며, 공자보다 44세가 적어서 BC507년에 태어났다. 문후가 자하를 서하로 초빙했을 때, 자하는 이미 100세의 노인이었으므로 친히 가르칠 기회는 매우 적었다. 게다가 자하는 노년에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통곡하다가 실명한 상태였다.
실제로 강학은 자하의 제자로 제인(齊人) 공양고(公羊高), 노인(魯人) 곡량적(谷梁赤), 위인(魏人) 단간목(段干木), 자공(子貢)의 제자 전자방(田子方)이었다. 자하는 건강했으나 나이가 너무 많고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실명까지 했다. 그러나 문후는 자하를 최고의 명사로 생각하고 정중하게 서하로 초빙해 스승으로 모셨다. 국군의 스승은 유가에서 최고의 명예로 제왕사(帝王師)라고 부른다. 자하는 생전의 공자도 누리지 못한 영광을 얻었다. 자하가 서하로 온 것은 중국문화의 중점이 서하로 이동한 셈이었다. 자하는 서하의 상징이 됐고, 위는 중원문화의 종주국이 됐다. 유가는 본래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등 6예(藝)를 가르쳤다. 육예는 귀족과 사족의 필수적인 교양이었다. 공자 사후에 유가는 각자 중시하는 과목에 따라 다른 유파로 갈라졌다. 노의 증삼(曾參)은 예와 효를 중시하는 유파를 이끌었다. 그러나 경세치용과는 무관했으므로 중용되지 못했다. 자하는 경세치용을 가르쳤으므로 그의 제자들은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출세를 노리는 사람들이 다투어 서하로 모였다. 서하학파는 귀천을 기준으로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하는 친히 교과목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위문후의 스승이라는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서하학파의 제자들은 대부분 위에서 활약했다. 위는 그들에게 이상적인 국가였다. 서하학파의 교육내용은 다양했다. 공양고와 곡량적은 자하의 제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악사학과 춘추는 국군이 대상이었으므로, 위문후는 그들의 지위를 높여줬다. 공양고가 강론한 춘추는 춘추공양전의 저본이 됐고, 곡량적이 가르친 춘추는 춘추곡량전의 저본이 됐다. 자공의 제자 전자방은 6예를 포함한 종횡술과 상업경영을 가르쳤다. 종횡술은 외교무대에서 크게 활약했고, 상업경영은 부국부민정책 추진에 기여했다.
단간목은 자하가 중시한 제자였다. 문후는 단간목의 제자가 적으로 변할까 염려했다. 그는 단간목에게 공실귀족의 교육에 전념해달라고 요구했다. 위는 본래 가를 중시하지 않았다. 위의 문화는 위(衛)의 귀곡자(鬼谷子)와 그의 제자들이 주도했다. 위문후는 출신보다 능력을 중시했다. 평민과 융적 출신의 인재들이 많이 발탁됐다. 문후가 중용한 오기와 이회(李悝)는 위(衛)에서 온 평민이었다. 악양(樂羊)과 서문표(西門豹)는 위(魏)의 평민이었고, 적황(翟璜)은 융적(戎狄) 출신이었다. 위성(魏成)만 문후의 아우로 귀족 출신이었다. 위문후 이후 귀곡학파와 서하학파가 융합됐다. 단간목의 가르침을 받은 위의 공실귀족에서도 많은 인재가 배출됐다. 공숙좌(公叔痤)와 공자앙(公子卬)은 위의 고급관리로 주요한 집단을 형성했다. 전자방의 후학은 점차 단간목의 지파로 융합됐다. 귀곡자 문화의 영향을 받은 평민출신 고관이었던 공손연(公孫衍)과 방연(龐涓)도 서하출신이었다. 두 집단은 위문후 사후에 치열한 권력투쟁을 전개했다. 나중에 서하학파의 영향을 받은 귀족집단이 부상하면서 위는 점차 쇠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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