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분(鹽分)이란 낱말은 쉽게 다가온다. 글자 그대로 소금 성분이다. 음식에 염분이 많으면 짜고 적으면 싱겁다. 순우리말로 간이라 한다. 소금으로 만드는 간장은 간을 내는 조미료다. 염분인 소금기가 적당히 있어야 간이 맞아 음식 맛이 난다. 소금은 주로 염전에서 생산된다. 이렇게 소금(salt)을 뜻하는 염(鹽)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상적 생활 용어다. 그런데 염이 전문적 화학 용어가 되면 어려워진다.
화학에서 염이란 산(酸)과 염기(鹽基)가 반응해 중화되어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염과 염기는 동의어가 아니라 연관어다. 산(Acid)과 반응한 염기(Base)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지는 화합물이 염이다. 더 어렵게 설명하자면 산의 음(-)이온과 염기의 양(+)이온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하고 있는 화합물이다. 예를 들어 산인 황산(HCl)과 염기인 수산화나트륨(NaOH)이 반응해서 중화되면 나트륨 양이온과 염소 음이온이 1 : 1로 결합한 염화나트륨(NaCl), 즉 소금이 된다. 소금은 염의 한 종류일 뿐 염의 전부가 아니다. 세상에는 식염인 소금 말고도 규산염 칼슘염 칼륨염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염 등 많은 염들이 있다. 염들 중에서 소금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규산염인 흙 모래 바위 점토가 지구 표면을 거의 이루고 있다. 그러니 양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염은 규산염이다. 소금만 염인 줄 알았는데 바위도 염이라니! 의외(意外)이며 뜻밖이다.
화학자들은 정교하며 집요하게 분석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산과 염기를 구분한다. 그 근거의 요체는 전자다. 산이란 전자를 받는 물질이며 염기란 전자를 주는 물질이다. 그러한 산과 염기 사이의 전자 주고-받기를 통해 염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산화와 환원도 전자로 설명된다. 전자를 잃으면 산화이며 전자를 얻으면 환원이다. 물질의 화학반응이든 생명의 화학반응이든 세상 모든 화학반응은 전자의 움직임이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드는 것이나 동물이 세포호흡으로 에너지를 내는 것이나 모두 체내에 전자 전달계가 분명하게 작동해 이루어진다.
풀이든 나무든 모기든 파리든 고양이든 사람이든 모두 전자의 움직임으로 생명은 살아간다. 생명이 이어지는 유전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DNA에서 마지막 A는 산(Acid)이다. 전자의 움직임으로 판단해 산이라 구분했을 것이다. 이 DNA에서 생명체의 유전을 작동시키는 핵심은 염의 기초가 되는 염기(Base)다. 역시 전자의 움직임으로 판단해 염기라 구분했을 것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있는 DNA 염기는 아데닌 구아닌 티민 사이토신이다. 고작 네 종류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가 염기들마다 서로 달리 결합된 분자 덩어리다. 그 미세한 덩어리인 염기 안에서 네 원자들이 전자의 주고-받는 움직임으로 엮여 있다. 그로 인해 유전정보가 DNA에 저장되고 RNA로 전달되고 유전자가 발현되며 형태가 발생한다.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생명현상이지만 알고 보면 원자핵 밖 전자들 한둘, 많아야 서너 개의 조화(造化)다. 그러한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루니 더 경이롭고 신비하다. 모든 건 원자로 되어 있다. 곁들이자면 모든 건 전자로 돌아간다. 각 원자들 간 전자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잃거나 얻으며… 인간관계도 그렇게 서로 적당히 주거니 받으며 살아야 돌아간다. 오늘 우리 서로 뭘 몇 개나 주고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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