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올라가 멀리 조망하였지만
- 旣登遠臨憑眺·기등원임빙조
위에 팔담(八潭)이 있다고 하여 붙잡고 위로 오르는데 바위에 붙은 칡덩굴을 뚫고 가는 어려움과 위험은 비로봉에 오를 때보다 못하지 않았다. 이윽고 올라가 멀리 조망하였지만 자세하게 볼 수 없었던 것은 한스러운 일이었다. 또 비가 올 기색이 자못 긴박하여 급한 걸음으로 아래로 내려와 옥류동에 이르렀다.
上有八潭云, 故攀躋而上, 越巖穿藤其艱險, 不下於毘盧也. 旣登遠臨憑眺, 恨不能仔細領得也. 又雨色頗緊, 故急步下至玉流洞(상유팔담운, 고반제이상, 월암천등기간험, 불하어비로야. 기등원임빙조, 한불능자세령득야. 우우색파긴, 고급보하지옥류동)
위 문장은 호가 월와(月窩)로, 진주 강 씨로만 알려진 선비가 1841년 마흔여섯 나이로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쓴 음력 4월 9일 자의 일기 중 한 부분이다. 그는 이날 구룡연(九龍淵)을 본 뒤 팔담으로 올라갔다.
그는 쉰하나인 1846년에는 한양에서 개성·평양을 거쳐 의주에 이른 관서 지방 일대를 여행했다. 돌아온 뒤 두 여행 일기를 함께 묶은 필사본 ‘금강일기 부 서유록(金剛日記 附 西遊錄)에 위 내용이 수록돼 있다. 조용호 목포대 교수가 이 필사본을 번역해 ‘19세기 선비의 의주·금강산 기행’ 제목으로 원문과 함께 출판했다. 필자는 위 문장 내용을 다시 번역했다.
위 책을 다른 책과 함께 조금씩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와 함께 10여 년 전 금강산에 가 구룡연을 구경한 후 팔담에 올라가 그 맑고 푸르스름한 물빛을 함께 보았던 박진규 시인이 며칠 전 목압서사에 와 하룻밤 자고 갔다. 필자가 2011년 출간한 시집 ‘구학재’에 박 시인과 함께 한 이때의 시가 실려 있다. ‘금강산 만폭동에서’ 제목의 시이다.
“초가을 금강산 만폭동 팔담계곡/그 위쪽 큰 바위에 올라가/자그마한, 짙푸른 빛의 팔담을 내려다 보다/동행한 박진규 시인과 큰 대자로 누워 하늘을 보며/선녀의 전설이 담긴 팔담의 물색을 생각하였다/…”
필자가 국제신문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할 때 박 시인은 부산매일 문학 담당 기자였다. 박 시인은 함께 근무했던 다른 언론인과 목압서사를 찾았다.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금강산 팔담을 본 기억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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