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봉쇄'로 시선 끌었다…시진핑이 아끼는 58세 장군의 미래
입력 2022.08.29 00:58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지난 15일 중국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의 명단 304명이 발표됐다.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대) 참가자 리스트다. 5년 전 대표 303명 중 35명(11.6%), 19대 중앙위원 42명 중 15명(35.7%), 후보중앙위원 23명 중 6명(26.1%)만 다시 뽑혔다. 대만 해협과 한반도, 남중국해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군사위 재편이 임박했다.
지난해 9월 6일 중국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린샹양(林向陽·58·상장) 당시 중부 사령관에게 상장 계급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린 상장은 올 3월 동부전구 사령관으로 이동해 이달 초 대만 봉쇄 훈련을 지휘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캡처
이미 2019년부터 중국군 5대 군종인 육군·해군·공군·로켓군·전략지원부대와 동·서·남·북·중 5대 전구 지휘관은 상장(上將·대장) 인사로 전원 교체됐다(표). 모두 20대 대의원에 선발돼 중앙군사위 진입을 노린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둔 지난 1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야전 전투복 차림으로 중부전구 연합작전 지휘센터를 찾아 대좌(대령) 이상 장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신화=연합뉴스]
올해 들어 시진핑 주석은 군 활동을 강화했다. 시작은 1월 4일 1호 명령이었다. “과학기술의 변화(變), 전쟁의 변화, 적의 변화를 주시하라”며 “일류 훈련으로 20대의 승리 개막을 맞이하라”고 지시했다. 춘절을 앞두고는 전투복 차림으로 수도 방어를 책임진 중부전구 연합작전 지휘센터를 찾아 “20대 승리”를 다시 명령했다. 3월 7일에는 “사회 안정을 수호하는 업무에서 지방과 협조하며, 각종 돌발 상황을 적시에 처리하라”며 사회 안정에 군 역할을 지시했다.
시 주석이 3연임 금지, 격대지정(隔代指定, 최고 지도자가 차차기를 지정하는 관례), 개인숭배 금지 등 덩샤오핑(鄧小平)의 금기를 하나씩 허무는 배경에 군이 있다. 1927년 마오쩌둥은 “정권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裏面出政權)”고 했다.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는 국가주석도 중공 총서기도 아닌 중앙군사위 주석이었다. 중국군 인사에 밝은 구자선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은 “2015년 말 시진핑은 1985년 덩의 군 개혁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군 개혁을 단행했다”며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와 확연히 다른 군 장악력을 보여준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두 전임 지도자는 군을 장악하지 못했다. 덩샤오핑은 은퇴했던 ‘중국 항모의 아버지’ 류화칭(劉華淸·1916~2011)을 군사위 부주석 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해 군 실력자 양상쿤(楊尙昆)·양바이빙(楊白氷) 형제로부터 장쩌민을 보호했다. 총서기 취임 2년 뒤에야 군사위 주석에 오른 후진타오는 군사위 숫자를 11명으로 늘려 자기 사람을 진입시켰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시진핑은 달랐다. 집권 즉시 전직 군사위 부주석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을 숙청했다. 2017년 부주석 유력 후보 팡펑후이(房峰輝), 장양(張陽) 상장을 날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중국 수립을 위해 전사한 장군보다 시 주석이 낙마시킨 별의 숫자가 더 많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랴오닝 선양의 북부전구 사령부를 찾아 대좌(대령) 이상 장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리차오밍(李橋銘·61·상장) 북부전구 사령원의 중앙군사위 승진설이 유력하게 나온다. [신화=연합뉴스]
20대의 관전 포인트는 군사위 부주석 인사다. 쉬치량(許其亮·72)·장유샤(張又俠·72) 현 부주석의 후임 경합이 치열하다. 시진핑 직계인 푸젠 출신 현 위원인 먀오화(苗華·67·상장) 정치공작부 주임의 승진이 유력하다. 제2포병 출신 현 군사위 위원 장성민(張升民·64·상장) 기율위 서기는 국방부장설이 나온다. 남은 부주석 자리를 놓고 세 가지 전망이 엇갈린다.
첫째, 류전리(劉振立·58·상장) 육군 사령관이다. 전쟁 참전 경력이 강점이다. 1986년 베트남과 량산(兩山) 전투에 최전선 중대장으로 투입됐다. 36차례 공격을 막아냈다. 1등 전공을 받았다. 이후 2등 공훈 한 차례, 3등 공훈을 세 차례 받았다. 2014년 베이징 방어를 맡은 38군(현 82군) 군단장에 발탁됐다. 량궈량(梁國良) 홍콩 군사평론가는 부주석 0순위로 류 상장을 꼽았다. 육군 출신이 맡아온 선례에 적합하다. 19대 중앙위원인 그는 군사위 부주석이 겸직하는 20대 정치국 인선에 적합하다. 시 주석의 군 인맥인 동부전구(과거 난징군구)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유일한 약점이다.
둘째, 린샹양(林向陽·58·상장) 동부전구 사령관의 발탁이다. 중화권 시사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중앙일보에 “대만 정세와 관련 있는 고위 장성이 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린 상장은 구 난징군구 출신을 일컫는 ‘동남군’ 대표 주자다. 지난 2015년 항전 승리 70주년 열병식과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 지휘를 모두 맡았다. 시 주석의 애장(愛將)이다.
그는 푸젠성 푸칭(福淸) 출신이다. 난징군구 에이스 부대로 대만 선봉 부대인 31집단군 사병에서 사단장, 부군단장에 오른 상륙작전 전문가다. 이후 서부 란저우(蘭州) 군구 47집단군, 군 개편 후 중부전구 82집단군을 거쳐 2019년 동부전구 72집단군까지 3개 집단군 군단장을 역임했다. 전군 내 유일하다. 지난해 9월 상장 승진과 함께 중부전구 사령관에 임명됐다. 지난 3월 SNS 매체 정즈젠(政治見)이 린 상장의 동부전구 사령관 이동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원의 대만 방문 직후 린 상장은 대만 봉쇄 실전 훈련을 주도했다. 부주석 승진을 위한 확실한 실적을 쌓았다. 약점은 당 대회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20대에서 중앙위원 겸 군사위 위원에 머물고, 21대 정치국원 겸 군사위 부주석으로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연령 제한을 파기하는 리쭤청(李作成·69·상장) 연합참모부 참모장 카드다. 리 참모장은 1979년 베트남 전쟁에서 1급 공훈 표창과 함께 ‘전쟁 영웅’ 칭호를 받았다. 미군과 달리 실전 경험이 없는 중국군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인사안이다.
차차기 다크호스로는 젊은 창딩추(常丁求·55·상장) 공군 사령관이 꼽힌다. 구자선 연구원은 “공군이 우대받는 상황에서 전도가 무척 밝다”고 말했다. 둥쥔(董軍·59·상장) 해군 사령관은 미국과 군사 관계를 책임질 차기 국방부장을 놓고 장성민 기율위 서기와 경합 중이다.
발탁 인사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2012년 웨이펑허, 2017년 장성민 중장을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발탁하며 상장으로 승진시켰다. 시 주석의 복심인 중사오쥔(鍾紹軍·54·중장) 중앙군사위 판공청 주임이 나이와 야전 경력 부족을 딛고 군사위에 진입할지 주목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진핑 탁월한 영수"…충성경쟁, 묻어버린 칭호도 부활시켰다 (0) | 2022.07.11 |
---|---|
두 얼굴의 중국 (0) | 2022.07.05 |
中전투기 29대 대만 방공구역 휘젓고, 최신예 구축함은 日 해역 항해 (0) | 2022.06.25 |
"애착도 자부심도 사라졌다"…中 코로나 봉쇄에 '탈출학' 떴다 (0) | 2022.06.25 |
리커창 인민일보 1면인데 시진핑 11면…中권력투쟁설 무슨일 (0) | 2022.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