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의학 전문용어인데 일상 생활용어처럼 쓰이는 대표적 낱말을 꼽으라면? 아마도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이 아닐까 싶다. 영어로 된 외국어이지만 국어가 되다시피 한 외래어로 쓰인다. 익숙한 용어다. 그럴수록 오히려 잘 모르는 용어이기 쉽다. 다섯 글자로 되어 있는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에서 ‘스테’라는 두 글자가 겹친다. 그러니 따로 별개의 용어가 아니라 서로 연관된 낱말인 듯하다.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길래?
스테로이드란 지방(脂肪)처럼 물과 친하지 않아-물을 멀리하여-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 물질인 지질(脂質)의 일종이다. 어렵다. 더 설명하자면? 스테로이드는 지방산을 함유하지 않고 6각형 탄소 원자 고리 세 개와 5각형 탄소 원자 고리 한 개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이란다. 되게 어렵다. 아무튼 스테로이드는 탄소를 기본 골격으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는 구조에 따라 생긴 지질이다. 탄소 수소 산소 결합구조에 따라 물(水)을 멀리하는(疏) 소수성(疏水性) 지질이 된 것이다. 스테로이드 결합구조를 이루면 왜 소수성을 지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선 화학 석박사가 되어야 답할 수 있다.
이렇게나 어려운 화학 용어인 스테로이드(steroid)에 수산화기(OH)가 하나 붙으면 스테로이드 알코올이 된다. 줄여서 스테롤(sterol)이다. 식물성 스테롤이 있고 동물성 스테롤이 있다. 동물성 스테롤이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다. 콜레스테롤에서 ‘콜레’는 고대 그리스어로 동물이 분비하는 담즙이다. 그러니 콜레는 동물성이란 뜻이다. ‘스테’는 고정관념인 스테레오타입에서처럼 고정된 뭔가다. 유동성 액체가 아니라 고정된 고체란 뜻이다. 소수성을 지니므로 물에 녹지 않으니 아주 딱딱하진 않더라도 고체다. ‘올’은 알코올이다. 단순히 술이 아니다. 산소-수소(OH) 수산화기를 지닌 알코올성 화합물이란 뜻이다. 결국 콜레스테롤은 동물 몸에서 분비되는 고정된 알코올성 유기 화합물이라고 어렵게 정의할 수 있다.
화학지식이 딸리니 어려운 설명이 되고 말았다. 다만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바는 쉽다.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선 안 될 필수 물질이다. 스테로이드가 있어야 세포들 간에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어 생명체 기관과 조직이 잘 돌아가 항염효과와 면역력이 생긴다. 콜레스테롤이 있어야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된다. 지방 및 비타민D 등 지용성 비타민이 흡수된다. 건강한 세포막을 이룰 수 있다. 남성 및 여성 호르몬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치게 과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 체내에서 적절하게 생성되는 게 아니라 외부로부터 과하게 유입하면 그렇다. 왜 그럴까? 낱말 안에 해답의 실마리가 살며시 숨어 있다.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에서 ‘스테’는 고정된 물질이다. 고체성 화합물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축적되어 몸이 고정관념화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 의약품을 많이 쓰면 몸이 붓고 지속적으로 콜레스테롤 식품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막힌다. 의학적 지식에 앞서 순리적 사고를 하면 그리됨을 마땅히 당연히 알 수 있다. 중용지도(中庸之道)!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살아야 흉(凶)하지 않고 길(吉)하다. 당연히 뻔한 말인데도 늘 잊고 산다. 부족한 모자람보다 과도한 지나침이 더 문제다. 과용 과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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