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연연전투(燕然戰鬪)
천지일보
승인 2022-09-22 18:33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무제는 오랫동안 흉노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대규모의 원정을 감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BC97년에 한과 흉노는 여오수의 남쪽에서 대치하다가 접전하지 못하고 각자 후퇴했다. 이후 한은 7년 동안 전력을 비축했다. BC96년, 흉노 차제후선우가 사망하고 호록고가 계위했으나 귀족들이 지지하지 않았다. 호록고는 한을 공격해 대승을 거두는 것으로 권력을 다지려고 했다. 호록고가 침범하자, 무제도 좌시할 수 없었다. 이사장군 이광리가 주력, 상구성과 망통이 좌익과 우익을 맡았다. 호록고는 치중대와 노약자들을 몽고까지 철수시키고 한군을 기다렸다. 상구성은 흉노군을 찾지 못하고 철수했다. 흉노로 항복한 이릉(李陵)이 추격해 9일 동안 격전을 펼쳤으나 철수했다. 망통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광리는 서북방향으로 진격했다.
문제는 장안에서 발생했다. 이광리의 가족이 강충(江充)의 무고사건에 연루돼 감금됐다. 이광리는 흉노를 격파해 속죄하려고 했다. 그러나 흉노는 이미 멀리 철수했다. 부하들은 그가 우리를 이용해 공을 세우려 한다고 생각해 명에 따르지 않았다. 이광리는 주모자를 참하고 연연산으로 회군했다. 호록고가 이광리를 공격했다. 쌍방 모두 손실이 심했다. 선우는 한군의 퇴각로를 차단했다. 한군은 몰살하고 이광리는 투항했다. 이는 흉노에 대한 한무제의 마지막 군사작전이자, 가장 큰 패배였다. 작전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 뛰어난 지휘관의 부재와 심각한 군부의 갈등이었다. 한군은 치밀한 협동작전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위청과 곽거병이 죽은 후 최고사령관이 된 무제의 처남 이광리는 군부의 신뢰를 잃고 있었다. 사마천은 무제 후기의 대흉노작전의 실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의견이 임시방편이었다. 장군은 당당한 기세는 물론 광대한 전체 상황을 고려해 전력을 정비할 수 있어야 하며, 군주는 그러한 장군의 능력을 살펴서 등용해야 한다. 요(堯)는 어질었지만 사업을 성공하지 못하다가 우를 얻고 나서야 수리사업에 성공했다. 위업을 달성하려면 유능한 장군과 재상을 골라 그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무제의 후기에 유능한 장군과 재상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총체적으로는 한이 흉노에게 밀리지 않았다. 무제의 북벌은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지만 흉노는 그보다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한초에 흉노는 기마병 30만을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흉노의 총인구를 추산하면 약 100만~150만명 정도였을 것이다. 서한시대에 200만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군이 3곳이나 됐다. 한은 병력의 부족을 걱정하지 않았지만, 흉노의 사정은 크게 달랐다. 흉노는 한과의 전쟁에서 총인구의 20%가량을 잃었다. 병력의 손실에 못지않은 심각한 타격은 엄청난 가축을 잃은 것이다. 흉노는 제대로 생업을 영위하지 못했다.
또 다른 손실은 영토를 잃은 것이다. 황하의 중류 만곡부 일대인 하서와 하남은 원래 흉노의 거대한 목장이었다. 이곳을 잃게 되자 지금의 열하와 내몽고는 물론 동북의 주요 지역마저 빼앗겼다. 세력이 약화되자 전통적인 우호세력 오환과 서역의 여러 나라들마저 등을 돌렸다. 강경론자인 무제가 죽은 후에 흉노가 적극적으로 화친하려고 한 배경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 19년 동안 억류했던 소무(蘇武)도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무제의 적극적인 대외정책이 국가의 재정과 민생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중국인의 활동무대가 확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BC123년, 무제는 다음과 같은 조칙을 발표했다.
“중국은 통일됐지만, 북방은 아직 안정되지 못했다. 짐은 그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북방 문제는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도 다음 국가 목표로 생각할 정도로 중요했다. 중국의 통일은 북방의 유목민족의 단결을 자극했다. 우리는 그 틈새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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