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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25] 한제 외래어 ‘마타도어’

bindol 2022. 9. 28. 05:38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25] 한제 외래어 ‘마타도어’

입력 2022.09.09 03:00
 
 

일본에서는 외국에서 온 말이지만 그 뜻이나 형태가 변형되어 일본어에 편입된 외래어를 ‘화제(和製) 외래어’(해당 원어가 영어인 경우에는 ‘화제 영어’)라고 한다. 굳이 말하자면 일종의 귀화어(歸化語)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 테이크아웃, 오픈카, 샐러리맨 등 모양새나 쓰임새가 원어와 약간 차이가 나는 정도의 말도 있지만 콘센트, 커닝, 미싱, 샤프, 베드타운, 뉴하프(여장 남성) 등 원어와는 전혀 다르게 변형된 말도 있다.

화제 외래어 중 특이한 사례가 ‘바이킹(バイキング)’이다. 일본에서는 뷔페식 식당을 바이킹이라고 부른다. 본고장 바이킹 후예들이 어리둥절해할 이러한 용례는 1958년 도쿄의 제국호텔에 문을 연 일본 최초의 뷔페식 레스토랑 ‘임페리얼 바이킹’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 식당은 호텔 경영자가 북유럽 여행 도중 스모가스보드(smorgasbord)’라는 현지 식문화를 접하고 기획한 것인데, 식당 이름을 고민하다가 북유럽의 상징인 바이킹들이 호쾌하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착안하여 바이킹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식당이 큰 인기를 끌면서 바이킹이 뷔페식 식당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통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알려져 있다.

한국에도 한제(韓製) 외래어에 해당하는 말이 있다. 바이킹보다도 특이한 사례가 흑색선전, 비방, 중상(中傷)의 의미로 흔히 쓰는 ‘마타도어’다. 마타도어는 스페인어 ‘마타도르(matador)’가 어원이라고 하는데, 마타도르는 스페인의 국기인 투우(鬪牛)에서 장검으로 황소의 급소를 찔러 최후를 장식하는 투우사를 말한다. 특이한 것은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 등 어떤 언어에서도 마타도어를 흑색선전의 의미로 쓰는 용례가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연유로 한국에서 그러한 뜻을 갖게 되었는지조차 불분명하지만,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정치판의 거친 비방전을 보고 있노라면 마타도어만큼 한국 현실에 유용한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