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6686)핀란드 부유세 폐지 발행일 : 2005.12.17 / 여론/독자 A34 면

어느날 자신이 죽지 않고는 쓸 수 없게 돼 있는 장례(葬禮)를 위해 아껴둔 자신의 돈 5000크로네를 털려고 주머니에 남은 푼돈을 털어 들고 쇠망치 하나 사러 나간다. 아무리 복지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해도 번 돈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뜯기면 일할 의욕이 감퇴하기 시작하고, 절반의 한계를 넘어서면 그 일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것이 복지 심리학의 상식이 돼 있다. 애써 담배 가게를 해서 세금을 무느니 파산하여 생활 보호를 받는 편이 낫게 되고, 기업가는 기업과, 학자는 학문과, 예술가는 예술과 등지게 된다. 사람은 게을러지고 동물적 쾌락만 추구, 성 풍기가 문란해지며 가족 해체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경제 침체와 사회 및 가정의 해체를 유발한 북구(北歐)병, 영국(英國)병, 프랑스병 등은 모두가 세금을 많이 거둬 많이 쓰는 익스펜시브 거번먼트의 과보호에서 우러난 병폐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는 세금을 조금 거둬 과보호를 지양하고 근로 의욕을 돋우어주는 치프 거번먼트를 지향하고 있으며, 레이건이 어필한 정책도 바로 이 치프 거번먼트였다. 우리나라에도 ‘십일세(十一稅)’라는 치프 거번먼트의 철학전통이 일관돼 내렸었다. 백성 소득의 10분의 1 이상 거두면 걸(桀)의 도(道)요, 그 이하를 거두면 야만의 도라는 것이 목민(牧民)의 철학이었다. 근로, 기업 의욕에 미치는 심리함수 측면에서 세정(稅政)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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