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72]연쇄방화 테러

bindol 2022. 10. 3. 05:51
[이규태코너][6672]연쇄방화 테러 발행일 : 2005.11.09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개화기 때 신문인 황성신문이나 대한매일신보에 귀태(鬼胎)라는 이색광고를 볼 수 있다. 아이를 밸 수 없는 과부나 처녀가 아이를 배었을 때 귀신이 다가와 교접해서 밴 귀신 아이로 합리화시킨 귀태다. 불륜관계와 그로써 밴 아이를 구제하는 민속 관행이다. 귀신이 겁탈코자 접근할 때면 도깨비불이라 하여 연쇄방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근간의 귀태방화 사건으로는 40여 년 전 김포에서 홀로된 시아버지를 모시는 과붓집에 한 달 동안 스무 차례의 불이 나 세상의 이목을 끌었었다. 수사 끝에 과부 며느리로부터 시아버지와의 불륜으로 아기를 뱄음을 자백받고 귀태로 위장하기 위한 연쇄방화임이 드러났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연쇄방화는 이처럼 윤리 도덕에 신음하는 인권을 구제하려는 저의가 있어 애교가 있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에서 이슬람계 이민들이 하루에 수천대씩의 자동차에 무작위 연쇄방화를 저지른 지 열이틀째 전국적으로 확대를 해왔으며 자동차 아닌 일반 건물까지 방화대상으로 삼아 프랑스 밖으로도 번져나가는 등 이전에 없던 연쇄방화에 떨고 있다. 곧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어온 자살폭탄으로 한계를 느꼈음인지 도깨비불로 테러를 대체한 셈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첼 소나타’에 보면 질투와 증오에 불타올라 아내를 죽인 주인공이 그러고도 격정을 가누질 못했을 때마다 종이 나부랭이에 불을 붙여 태우길 연속하는 장면이 나온다.곧 원한·분노·증오를 가눌 수 없을 때 연쇄방화를 하게 된다. 또한 이곳저곳에 불지르고 다니길 즐기는 아이들의 심리분석에서는 형제간이나 같은 또래가 학교에서 같이 놀아주지 않거나 집을 떠나 외롭게 살거나 하는 소외와 차별이 공통요인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프랑스의 연쇄방화테러는 백인의 이슬람계 이민에 대한 차별과 소외에 대한 반동이요, 증오와 분노가 포화한계를 넘어선 데다 이슬람계의 반백·반미 감정이 상승작용을 한 것일 게다. 보다 두려운 것은 휴대전화라는 신무기가 조직보다 가공할 공감망 구축에 위력을 보였다는 점이요, 심정적 공감 핵(核)만 잡으면 테러의 양상도 이처럼 국경을 초월한 공간적 확대로 만인에 공포를 주며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경고의 테러이기도 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