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64]식초먹기 유행 발행일 : 2005.10.21 / 여론/독자 A34 면

식초의 정신요법이 또 있었다. 초를 치면 각기 다른 맛들이 신맛으로 통일되듯이, 일심동체(一心同體) 곧 한마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을 때 초를 나누어 마셨다. 이를테면 시집을 가면 그 시집 마을의 부녀자들이 이 새내기 며느리를 동질화(同質化)하는 수단으로 학대를 가하는 절차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 새내기 학대 수단 가운데 하나로 물 건너 외딴 상엿집에 초(醋)병을 숨겨 놓고 새 며느리로 하여금 이를 찾아오도록 시킨다. 이 새내기가 찾아온 초를 모두가 나누어 마시는 동질화 의식을 베풀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화나 오해나 원한 등 앙금을 푸는 수단으로 초를 나누어 마시는 관행이 있었다. 안고 있던 아기를 잘못 숯불 위에 떨어뜨려 전신화상을 입었는데 초를 발랐더니 상처가 나지 않았다는 ‘북몽쇄언(北夢?言)’에 적힌 옛 사례를 들어, 사람과 사람이 싸워 불화나 앙금이 생겼을 때 식초를 그 마음의 상처 부위에 바르면―곧 식초를 먹으면 후환이 없어질 것으로 안 데서 비롯된 관습인 것 같다는 해석이 있다.
동서고금의 공통된 염원인 장수무병(長壽無病)을 위해 식초 먹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해서 조상들의 식초 먹는 관행이 정신적으로 한결 승화돼 있었음을 되뇌어 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코너][6662]눈물 흘리기 (0) | 2022.10.03 |
|---|---|
| [이규태코너][6663]馬韓村 (0) | 2022.10.03 |
| [이규태코너][6665]‘보리밭’ 음악회 (0) | 2022.10.03 |
| [이규태코너][6666]6666 발행일 (0) | 2022.10.03 |
| [이규태 코너][6667]명가 宗婦 잔치 (0) | 2022.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