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 조사가 “무례하다”는 文, 진실 규명에 성역 없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청을 받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은 “경악한다”며 감사원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고, 이재명 대표는 “정치 보복”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은 감사에서 제외되는 불가침 성역인가. 과거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도 각각 율곡 사업과 외환 위기 건으로 감사원 서면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사원 조사를 거부했지만 이토록 격앙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감사원은 2020년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월북했다고 문 정부가 단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등 9개 기관이 감사 대상이다. 문 전 대통령만 겨냥한 게 아니다. 유족들은 문 정부가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의식해 구조에 적극 임하지 않았고, ‘추락 후 표류 추정’이란 최초 판단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자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퇴임 후 불기소 특권이 없어지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 이재명 대표는 문 정부가 이른바 ’적폐 청산’에 나서자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입장이 바뀌자 ‘무례한 짓’ ‘정치 보복’이라 한다. 이씨 유족들은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저희에게 무례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고교생이던 이씨 아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자료 공개를 거부하더니 법원의 공개 결정에 항소하고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공개를 막았다. 퇴임 후엔 감사원 조사가 들어오자 저항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떳떳하다면 당당히 조사에 응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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