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학생의 교사평가제
김종서(金宗瑞)는 약관의 나이로 형조판서에 임명받았다. 16세에 등과(登科)한 그는 재기가 넘치고 기개가 칼날 같아 모두가 우러러보는 등 장래가 촉망되었다.
한데 영의정이던 황희(黃喜)만은 적당히 묵과할 작은 실수나 착오라도 드러나기만 하면 김종서를 불러들여 호되게 나무랐다. 때론 그의 몸종을 불러들여 대태(代笞), 곧 상전 대신 매를 맞게 하는가 하면 비서관이랄 구사(丘史)를 대신 옥에 가두기도 했다.
매사에 관용하기로 소문난 황 정승인지라 김종서도 무슨 저의가 있다고 아니꼽게 생각했고 다른 대신들도 젊은 대신의 기를 꺾으려 드는 노추(老醜)라 하여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루는 우의정이던 맹사성(孟思誠)이 "당대의 명대신에게 어찌 그렇게 허물을 잡으시오" 하고 물었다. 황희는 그를 잘되게 하기 위한 방책이라 하고, 자신의 재기를 과신해 거만하게 굴고 기운이 날래어 큰일 하는 데 그르칠 염려가 커 바로잡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이에 맹 정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낙상매(落傷鷹)로구먼" 했다.
사나운 것이 생명인 매는 먹이를 줄 때 새끼들이 자칫 둥지에서 땅에 떨어질 만큼 모험심을 경쟁적으로 유발한다. 이렇게 땅에 떨어져 낙상(落傷)한 매는 살아남기 위해 남달리 사나워져, 가혹한 자연도태 경쟁 속에서 강자로 적자생존한다. 사냥매 값으로 낙상매가 여느 매 값보다 3~5배가 비쌌던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학생이 김종서요, 교사가 황희였다 하고 학생에게 교사를 평가하라고 시켰다 하자. 김종서의 평점이나, 불려가 꾸지람 듣고 대태(代笞) 대옥(代獄)살이 시키는 것을 보아온 학부모들의 평점은 뻔한 일이다. 미숙하기에 학생이요, 이를 성숙시키기 위한 교사의 조치들은 학생으로서 반감나게 하는 것들인 데 예외가 없다.
그 더욱 아들딸 하나가 거의인 핵가족시대에 잘잘못 가리지 않고 감싸고 드는 모성원리(母性原理)가 지배하는 교육풍토에서 학생 학부모의 평가제가 올바른 교육과 조화 상승(相乘)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줄 안다.
문제는 이 평가제 아래에서 평가가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의 교육적 양심이 평점에 연계되어 증발하고 학생 학부모에게 영합하는 교육으로 타락할 것이 자명해진다는 사실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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