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6572> 기러기 아빠의 회초리

bindol 2022. 10. 8. 10:56

[이규태 코너] <6572> 기러기 아빠의 회초리

조선일보
입력 2005.03.17 18:49 | 수정 2005.03.17 19:01
 
 
 
 

잘잘못을 가리고 따지는 부성원리(父性原理)와 잘잘못 가리지 않고 포용하는 모성원리(母性原理)의 조화로 아이들은 건전하게 자란다. 20세기는 신을 죽이고 아버지를 죽인 세기라는 말도 있듯이 부성원리가 증발되고 없는 데다 더더욱 해외 유학한 아들에게 기러기 아빠의 부성원리는 전차(戰車) 앞에 쳐든 당랑(螳螂)의 도끼가 아닐 수 없다. 그 기러기 아빠가 해외로 날아가 성적과 품행이 나빠진 아들의 종아리를 때린 것을 아들이 학교 선생에게 고발하고 학교에서는 폭행죄로 경찰에 고발, 기러기 아빠가 시한부 접근 금지형을 받은 사례가 보도됐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국 어머니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굴러떨어진 텔레비전에 치여 두 살 난 아이가 질식사한 일이 있었다. 미국 경찰은 이 여인의 "내가 죽였다"고 연거푸 하는 푸념을 증거로 살인죄를 적용, 20년형을 선고했었다. 여기에서 죽였다는 것은 혼자 살면서 가난 때문에 일하러 나가야 했던 자책과 신세타령일 뿐 살인 증거일 수 없음은 한국에서라면 상식이다. 곧 서로 다른 사고방식의 법률에서의 표출이랄 수 있다. 세상이 좁아지면서 이 문화 갈등은 다각도로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 가게에 놀러온 미국인 아기가 귀엽다고 고추를 만진 것이 성추행으로 미국 법정에 기소됐을 때, 법정의 요청으로 한국인이 아기들 고추 만지는 행위가 범죄행위가 아닌 문화행위라는 논증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문화 갈등의 좋은 사례랄 수 있다.

체벌 부위가 나라에 따라 다른 것도 종아리 체벌을 폭행으로 간주한 문화 갈등이다. 영미 등 게르만 계통 나라들에서는 체벌 부위가 볼기로 20여년 전만 해도 영국 가게에서 엉덩이 매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 등 라틴계에서는 귀나 코를 잡아 끌어올리고 아프리카는 등짝, 힌두문화권은 이마, 일본은 손바닥, 한국·중국의 체벌 부위는 종아리다. 교육적 매를 초달(楚撻), 가르침을 편달(鞭撻)이라 함도 회초리로 종아리 친다는 뜻이다. 이번 기러기 아빠에 대한 형사처벌은, 좁아지는 세상에서 필연인 횡적 갈등과 아들의 아버지 고발이라는 윤리체계의 해이에서 필연인 종적 갈등의 합작품으로 꼬리 물고 일어날 문화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