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하루 밥 두공기
지난해 한국 사람은 하루 두 공기씩의 밥을 먹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어림해서 1홉 남짓의 쌀이면 두 공기의 밥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니 하루 1홉 인생이다. 15년 전에 서울 사람 한 달에 1말ㅡ곧, 하루에 3홉꼴의 쌀을 먹은 것과 비겨 보면 3분의 1이나 덜 먹는 셈이다.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적어 남긴 바로 200여년 전의 장정 한 사람이 먹는 쌀은 조석 합쳐 7홉이요, 농사철에는 3홉의 점심이 가산된다 했으니 10분의 1도 안 먹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인의 대식(大食)은 알려져 있다. 신라 때 삼국통일을 한 김춘추(金春秋)는 하루에 쌀 서말, 꿩 9마리, 술 6말을 먹었다 했으니 장정 한 달 먹을 분량을 하루에 먹은 셈이다. 송나라 사신의 견문기인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고려 사람들 많이 먹는 것을 언급했고, 유구(琉球)국 사신이 돌아가 맨처음 퍼뜨린 소식이 대식(大食)이었다. 한말의 사정을 모아 엮은 달레의 ‘한국교회사 서설’에서 빈부반상(貧富班常) 없이 많이 먹을수록 영예로 생각하여 어릴 적부터 배를 늘려놓는 육아를 한다 했으며,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에서도 한국인은 질(質)로 먹지 않고 양(量)으로 먹으며, 밥 먹을 때 말이 없음은 보다 많이 먹기 위함이라 했다. 흥부전에서 박을 타 재물이 쏟아져 나오자 금은보화보다 쌀을 먼저 갖다 밥을 지어 남산만하게 쌓아놓고 흥부가 자식들 불러대니 총알처럼 밥 산에 박혀 삽시간에 먹어 치웠다는 대목을 인용, 못 먹은 한이 대식을 하게 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해석은 자유지만 눈에 띄게 많이 먹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쌀은 그 자체가 영양을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밀가루처럼 고기나 유제품으로 영양을 보완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목구멍으로 넘기는 건건이만 있으면 되기에 밥 양이 많아지고, 또 벼농사가 여타의 농작물보다 5배 이상의 노력을 소요하기에 많은 밥이 당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루 300홉의 밥을 먹었던 신라 김춘추의 제상(祭床)에 요즈음 한국 사람이 먹는 1홉 밥을 차려 냈다 하자. 그것 먹고 어떻게 통일의 큰일을 하느냐며 호통치며 돌아섰을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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