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6533> 대마초

bindol 2022. 10. 10. 08:24

[이규태코너] <6533> 대마초

조선일보
입력 2004.12.14 18:42
 
 
 
 

60~70년대 네팔은 히피의 천국이었다. 이 무렵 미국이나 유럽의 재벌 등 상류사회 자녀들의 실종이 잦았고, 이들을 찾아 사설 탐정들이 네팔을 누볐었다. 기존 체제를 거부한 젊은이들이 네팔을 찾아든 데는 대마초를 헐값으로 구할 수 있고 그 환각 행각에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카트만두 거리를 걷다 보면 장발에 맨발인 백인 히피 남녀가 "25센트!" 하며 손을 내밀며 구걸한다. 25센트 이하도 그 이상도 받지 않는 이상한 구걸이다. 그 돈이면 저희 짝끼리 하루 세 끼를 때우고 흔한 야생 대마초의 값이 싸 실컷 환각세상에 잠길 수 있으며 밤만 되면 으슥한 숲길에 '지금은 사랑 중' 하는 푯말을 세워놓고 그 뒤쪽에서 껴안고 뒹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마(大麻)에는 암수(雌雄)가 있는데, 우리나라 삼베의 원료인 삼은 수(雄)놈이요 원산지인 동인도의 대마는 암(雌)놈으로 그 수지(樹脂)에 마취 성분이 들어있다. 중국 고대의 신의(神醫) 화타(華陀)는 외과수술을 할 때 마불산(麻沸散)을 썼다 했는데, 바로 대마초로 만든 마취제다. 서부 중국에서는 예부터 서리맞은 대마초 잎으로 담배를 만들어 피웠으며 이들로부터 거둬들인 마연세(麻烟稅)로 관부가 살쪘었다. 유럽 마녀의 잠자리가 삼밭이요, 파이프로 피웠던 것이 바로 대마초였다. 중앙아시아의 오지에 인조낙원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십자군전쟁 때 청소년을 이 낙원으로 유인, 대마초로 환각 속에 살게 하고서 그 낙원에서의 영생을 미끼로 암살 임무를 수행시켰던 공작기지다.

대마초를 흡입하면 시간·공간 감각이 둔해지고 상상력이 활성을 띠나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다른 마약중독의 예비단계이기도 하다 하여 세계적으로 흡연을 제재하는 경향이다. 다른 마약처럼 독성이나 금단현상이 없다는 이유로 일전 연예인들이 그 사회적 폐해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내세워 합법화를 주장했다. 주장은 자유지만 사회를 무기력화하는 개인의 행복추구는 모순이다. 우리나라에서 히피가 기승을 못 부렸던 것이며, 추리소설이 활성을 띠지 못하는 이유로 체질적으로 환각이 적성이 아니라는 설의 차원에서 합법화 주장은 그 더욱 충격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