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6529> 선물 권장

bindol 2022. 10. 10. 08:36

제사를 마치고 나면 신령이나 조령과 공식(共食)하는 뜻에서 제수와 제주를 먹는 음복(飮福) 절차가 따른다. 여기에서의 복(福)은 제수와 제주를 뜻하며, 이 제사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갖고 들어가 나누어주던 장소가 복덕방(福德房)이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물물 거래를 흥정하는 곳이 돼버렸지만 이곳에서 배포하는 제물을 선물(膳物)이라 했다. 선물의 선(膳)이 '肉+善=膳'이니, 곧 선량하고 상서로운 제물이란 뜻이다. 선물은 신성행위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선량하고 상서롭게 하는 수단이었다. 한데 그 사이에 이해가 개입되면서 선물이 뇌물화한 것은 신화시대부터였다. 2000여년 전 '좌전(左傳)'에 관리가 해서는 안 되는 삼탐(三貪)으로 식탐(食貪)·음탐(飮貪)·복탐(卜貪)을 들었다. 복(卜)이란 한 짐 더 얹을 복(卜)으로 수탈을 뜻한다. 그 후 탐관오리의 별칭이 오탐(五貪)으로 늘었는데 먹여드리·마셔드리·쥐어드리·안겨드리·왼손드리로 다섯 드리다. 안겨드리는 색탐(色貪)이요, 왼손드리는 부정한 돈을 좌전(左錢)이라 한 데서 알 수 있듯 뇌탐(賂貪)이다.

애덤 스미스의 교환(交換)경제학에 한계를 느끼고 증여(贈與)경제학을 정립한 케네스 볼딩은 선의의 증여를 선물(gift), 공포나 협박의 감면을 노린 증여를 공물(tribute), 반대급부를 노린 타산된 증여를 뇌물(bribe)로 3대별하고 미국경제의 20%가 교환 아닌 증여로 이뤄지고 있다 했다. 선물을 뜻하는 독일말 'das Gift'가 독(毒)이란 뜻도 되듯이 선의의 선물마저도 오염돼 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된다 했다. 정부가 국민생활에 관여하고 있는 법정 문구만도 허가(許可)·면허(免許)·지정(指定)·연장(延長)·갱신(更新)·심사(審査) 등등 131가지에 이르고 그 밖의 결혼 등 통과의례나 명절 등 연중행사의 선물기회가 100여회에 이르는데 그 자잘한 관여마다 선물이라는 미명의 복선이 깔리게 마련이다. 정부는 불황과 내수부진, 농산물 활용 등을 명분으로, 그동안 기를 쓰고 억제해 오던 이 선물 주고받기를 하자는 이례적 제안을 했다. 명분과 실속과의 괴리를 좁히는 장치와 신뢰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본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