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공전 막말국회<6516>

bindol 2022. 10. 10. 08:51

국무총리가 막말을 하는 바람에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 국회에서 총리가 막말한 사례란 극히 드문데, 2차대전 후 일본의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가 "바카야로(바보녀석)!"라는 막말을 하여 그것이 빌미가 되어 국회가 해산까지 했었다. '바카야로 해산'으로 유명한 이 사건이 말해주듯 국회에서의 막말은 국민 앞의 막말이기에 파장이 커나갈 수밖에 없다.

영국 하원에서 국정답변을 하던 한 장관이 반대당 의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들은 바 귀하는 수의(獸醫)라면서요?" '짐승이나 상대하는 자가 국정을 논하다니…'라는 의미의 막말을 포장해서 드러나지 않게 한 것이나, 이에 '수의'장관은 "귀하의 말씀대로 저는 수의입니다. 한데 보아하니 의원님 안색이 좋지 않은데 원하시면 제가 보아드리겠습니다"고 했다.

질문한 의원을 개나 돼지로 격하시켰으니 이 역시 겉으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포장된 막말이다. 영국 중·상류 사회에서는 막말을 하면 인격 파탄으로 소외당하기에 막말을 유머로 넘기는 지혜를 어릴 적부터 익혔으며, 막말을 억제 못하면 사람 위에 설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비변사(備邊司)는 나라의 실사(實事)를 의결하는 최고기관인데 임진왜란 이전에는 실사보다 허사를 다루며 지새우고 있었다. 어느 날 이항복(李恒福) 대감이 그 회의에 유난히 늦게 들어오면서 싸움 구경하느라 늦었다 하자 무슨 싸움이더냐 물었다. "환관이 스님의 머리채를, 스님은 환관의 국부를 휘어잡고 싸우질 않겠소" 했다.

좌중의 남상들은 배를 잡고 웃었지만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있을 수 없는 스님의 머리나 환관의 국부를 잡고 싸울 수는 없는 일이요, 허사로 지새우는 비변사 당상들을 향한, 유머로 포장된 막말인 것이다.

세상에 막말 안 쓰는 나라는 없지만 막말이 양적으로 많고 질적으로 진한 나라로 우리나라를 친다. 왜냐하면 인격함양의 원동력은 억제력이요, 상류 양(陽)생활에서의 억제력은 하류의 음(陰)생활에 전위되어 누적될 수밖에 없는데, 막말을 억제하는 정신적 제동력을 길러온 것이 유교이고, 유교가 가장 저변화하고 발달한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그 저속한 막말 문화가 유머의 포장이라는 정치 술수도 없이 국회에서까지 돌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