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노인 비하
기원전 400여년 많은 나라들이 난립했던 중국에서 이 나라 저 나라 많이 돌아다녔던 공자는 그 나라의 정치가 잘 되고 못 되고의 여부, 앞날이 있나 없나 여부를 어느 한 가지만 보고 판단했다. 튼튼한 성새(城塞)도 아니요 유복한 생계도 아니었다. 저자에 등짐 지고 다니는 노인이 있나 없나가 그 판단 기준이었다. 곧 노인의 인식과 지위가 그 나라 그 사회의 정치와 미래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본 데 공자의 혜안이 있는 것이다. 그 공자가 타임머신 타고 우리나라를 들렀다 하자. 노인들이 물대포와 곤봉 세례를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세상을 다 산 90대 노인이 90대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목 매어 죽은 꼴을 보았다. 또 여당 고위층은 미국에 가 이민 1세대들의 보수성향에 대한 질문에 "노인들은 곧 돌아가실 거다. 노인들이 무슨 힘이 있느냐"는 노인 비하발언으로 4·15총선 직전의 노인 폄하파동에 이어 노인들을 울분케 하고 있다. 한국은 노인 비하단계가 아니라 노인을 버리는 기로(棄老) 살로(殺老)의 원시시대로 몰아가고 있음을 가늠하고 발길을 돌렸을 공자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헐벗고 굶어가며 오늘의 젊은 세대를 먹여 기르고 가르쳐 내고도 대부분 정치와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당해 빈곤과 질병, 무위와 고독과 절망 속에서 현역인 자들로부터 액물시당하고 있는 한국사상 가장 처량한 노인세대다. 사회의 약자인 어린이 여성 그리고 농민 노동자들이 차례로 사회의 강자로부터 해방돼 왔는데, 역시 약자인 노인만이 사회의 후미진 구석에 버려져 있고 정권차원에서 계속 유린당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암묵 아래 조심스레 은폐돼 온 노인은 사회의 액물로 이제 비하단계에서 유기단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고대 로마제국에서 노인을 디폰타니라 했는데 다리에서 떠나보낸 사람이란 뜻이다. 노인을 액물시하여 다리에서 떼밀어 죽였던 데서 얻은 이름이다. 이 디폰타니가 로마제국 멸망의 원인 가운데 하나임은 알려진 사실이다. 공자가 그러했고 디폰타니가 그러했듯이 노인 비하는 그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할 미래를 예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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