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할머니 모시기
영화 '서편제'에 보면 밭에 일하러 나간 어머니가 기어다니는 아기와 나무밑둥을 띠로 묶어놓고 밭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기 업어 기르는 띠가 모체로부터의 격리 도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띠는 이처럼 일이 많았던 옛 어머니들의 비정의 탁아도구이기도 했다.
서양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모체와 격리, 침대·유모차·요람에서 양육하며 공원에 가면 마치 륙색을 나뭇가지에 걸어놓듯 칭칭 엮은 아기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부인네들끼리 잡담하는 모습이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마치 강아지처럼 가슴팍을 끈으로 매어 몰고 다니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아기의 격리육아 도구인 아기구덕이 없는 문화권은 이 세상에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뿐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아기들을 구덕에 담아 처마에 매달아 놓고 일 나간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18세기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중국의 아기구덕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어머니들 일손이 한결 줄어들 것임을 강조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격리 육아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집에 더불어 삶으로써 조부모가 손자를 보살펴주는 삼세동당(三世同堂) 때문이다. 곧 자가 탁아나 자가 보육의 손을 갖추고 있기에 아기구덕이 필요 없는, 세상에 유일한 문화권으로 군림해온 것이다. 할머니 운동의 창시자인 독일의 트루데 운루 할머니가 동서고금에서 가장 이상적인 가정형태의 미래상은 조손 간에 인간적 접촉이 가능한 삼세동당이라 하고, 한국의 전통 가족구조가 그 이상적 표본이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또 중국 농촌의 인민공사에서 '오보호(五保戶)'라는 노인 수용시설을 의무화했는데 노인이 수용되자마자 사라지는 일이 계속되어 유명무실하게 된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맞벌이로 육아에 매달릴 수 없었던 가족 친척이 노인의 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일전 보도된 바로 싱가포르에서는 출생률 저하가 육아 일손의 부족 때문이라 하여 조부모를 모시면 대폭 감세혜택을 주기로 했다 한다. 출생률이 1.17로 세계 최저란 사실과 삼세동당의 전통이 있는 나라로서 이 깊은 괴리를 메우는 데 정부가 뭣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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