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통곡 주점
중국 난징(南京)의 한 호텔에 실컷 울 수 있는 통곡주점이 개업했다는 신화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그 방에 들면 ‘사나이 우는 것이 죄가 아니다’라는 홍콩 인기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고추에 짓이긴 마늘즙이 놓여 있어 이를 눈두덩에 발라 눈물을 짤 수 있으며, 울다 보면 울음보가 터지고 터지면 파괴본능이 작동하는 것에 대비해 집어던져 깨트릴 수 있게끔 이 빠진 접시들도 쌓아 놓았다 한다. 중국판 ‘접시를 깨자’의 현실화랄 수 있다. 한 시간 우는 데 눈물 값은 50위안(元)으로 우리 돈 1200원꼴이다. 화이트칼라가 주된 고객으로 80%가 여성이라 한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체질화된 가사나, 사회활동에서 여성역할의 평등이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면서 과중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통곡주점이 생겨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제례(祭禮)에 탈상하기까지 삭망(朔望) 때 제청에 상식을 올리고 곡을 하게 마련인데 이날 친척이 아니더라도 마을 여인이면 이 남의 집 삭망에 참여, 곡을 허락하는 관행이 있었다. 겉으로는 망인을 위한 곡 같지만 안으로는 자신의 포화된 울음보에 점화, 자신의 설움을 폭발시켰으니 이를 ‘울음동냥’이라 했다. 옛 어머니들 시집가는 딸이 가마에 오르기 직전 울면서 속곳 허리춤에 겨자씨가 들어 있는 눈물주머니(淚囊)를 매어주었다. 정들지 않은 시집 상사나 제사에 눈물이 날 까닭이 없고 울지 않으면 흉이 되기에 은밀히 이 겨자씨 가루 내어 손등에 칠하고 들어가 눈을 비벼 최루(催淚)하고 울음소리만 키우면 됐기 때문이다.
유명한 매월당(梅月堂)의 산중 통곡처럼 옛 선비들 세상이 비뚤게 나갈 때 산속 깊은 골짜기 찾아가 통곡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성계의 집권에 저항하여 숨어 살던 이색(李穡)은 아들마저 무고로 형을 받고 죽었다. 이 소식을 듣자 한 서생을 데리고 으슥한 산골짝에 이르더니 “여기 온 것은 실컷 울고 싶어서다” 하면서 종일 통곡하는데 주변 흙이 모두 젖었다 했다. “석양에 물든 눈물 아까워서 못 떨어뜨리겠네”라 했던 유배지에서의 김인후(金麟厚)의 통곡도 같은 것이다. 그 현대화가 통곡주점이며 남의 나라 일만 같지 않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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