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5> 분화와 분류 ; 여섯 가지 킹덤

bindol 2022. 10. 22. 05:54

 

①세균의 줄임말은 균이다. ②진정한 세균인 진정세균의 줄임말은 진균이다. ③고세균은 사람보다 세균 쪽에 가깝다. ④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는 세균의 일종이다. ⑤김 미역 다시마 등은 식물이다. ⑥원생생물은 가장 원시적인 최초의 생명체다. ⑦생명은 동물과 식물 두 종류로 분류된다. ⑧버섯은 식물에 속한다. ⑨이끼는 물속에서 사는 곰팡이다. ⑩효모와 효소는 같은 낱말이다. 10개의 OX 문제가 있다면 몇 개가 맞을까. 거의 다 맞는 말 같지만 아니다. 모두 다 틀렸다. 이럴 수가!

이렇게 말해야 맞다. ①원핵생물인 세균보다 진화한 균은 진핵생물이다. ②진정세균은 병원균 유산균과 같은 박테리아이며 진균은 효모 곰팡이 버섯 무좀균과 같은 균이다. ③분자생물학 차원에서 고세균은 세균보다 사람 쪽에 가깝다. ④단세포로 이루어진 아메바는 원핵생물인 세균이 아니라 플랑크톤처럼 원생생물에 속한다. ⑤김 미역 다시마 등의 조류(藻類)는 고등한 식물이 아니라 원시적 원생생물이다. ⑥최초의 생명체는 시원(始原) 세포라 불리는 루카(LUCA)다. ⑦생물은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인 세 영역으로 나뉜다. ⑧버섯은 광합성을 하지 않아서 식물이 아니라 균에 속한다. ⑨균에 속하는 곰팡이와 달리 이끼는 식물에 속한다. ⑩원생생물에 속하는 효모는 생명체지만 효소는 유기물이다. 이렇게 맞게 바꾸었지만 통념적 상식에서 벗어나니 영 헷갈린다.


헷갈리지 않으려면 파편적 분류지식이 아니라 전반적 분류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루카로부터 분화된 생명은 크게 세 영역(Domain)인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로 분류된다. 세균(bacteria)과 고세균(archaea)은 단세포로 이루어진 원핵생물이지만 분자의 화학결합 구조가 전혀 달라 전혀 다른 세포벽을 가진 전혀 다른 생명체다. 드디어 핵막이 없는 단세포 원핵생물로부터 핵막을 지닌 생명체가 고세균 쪽에서 분화되어 생겼다. 세포질과 구분되는 진정한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이다. 가장 원시적 진핵생물은 원생생물이다. 아메바처럼 단세포 원생생물이건 김 미역 다시마 짚신벌레처럼 다세포 원생생물이건 모두 세포 안에 핵막을 가진 생명체다. 진핵생물이 실과 같은 균사(菌絲)를 이루면서 기존 유기물을 분해하며 살아가는 균사체가 생겼으니 효모 곰팡이 버섯과 같은 균(fungi)이다. 고세균 쪽 진핵생물이 호기성 엽록체 세균을 받아 들였으니 식물이다. 고세균 쪽 진핵생물이 혐기성 미토콘드리아 세균을 받아 들였으니 동물이다. 요약하자면 ①고세균 ②세균인 원핵생물로부터 진핵생물인 ③원생생물 ④균 ⑤식물 ⑥동물이 분화되었다. 생물의 여섯 가지 계(kingdom)다.

생명의 분화로 인한 생명체 분류방법은 완전한 절대적 고정된 체계가 아니다. 나름 과학적으로 나눈 것일 뿐이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분류하는 점도 없지는 않다. 또 앞으로 어떤 새로운 생명체가 분화하여 새로운 분류방법이 필요할지 모른다. 생명세계는 예외적 산발적이며 불완전하다. 어떤 목적에 따라 발전된 방향으로 진보하듯 진화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산발하듯 분화할 뿐이다. 정처 없이…. 동물인 인간은 생명분화 흐름에서 먼지 같은 한 가지다. 세균 왕국보다 턱없이 적다. 한 줌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