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6> 광합성과 열합성 : 고세균 생존방식

bindol 2022. 10. 22. 05:57

광합성과 다른 열합성으로 고세균이 사는 곳.

쓰레기들이 흩어져 있다면 쓸어 모아야 한다. 쓸어 모으려면 내 몸의 운동 에너지를 써야 한다. 기적은 없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쓰레기들이 그냥 모이지 않는다. 청소기를 쓴다면 전기 에너지를 써야 한다. 흩어진 것을 모으려면 반드시 에너지를 써야 한다. 자연의 당연한 법칙이다.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써서 흩어진 탄소 수소 산소들을 모아 생명의 바탕이 되는 조직적 유기물을 만드니 광합성이다. 햇빛 광(光)으로 포도당을 합성하는 광합성은 자연이 이룩한 최고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생명의 기초 유기물인 포도당이 없으면 과실도 곡식도 채소도 없다.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도 없으니 고기도 없다. 식물이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땅속에서 물을 흡수하여 포도당을 만드는 광합성 반응식은 자연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애써 외워 둘 만하다. 6CO₂ + 12H₂O + 햇빛 에너지 → C6H12O6+ 6O₂ + 6H₂O. 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를 엽록체 안으로 그냥 모은다고 포도당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빛 에너지를 써야 한다. 결국 포도당 안에는 빛 에너지가 들어 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단당류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세포호흡을 통해 포도당에 들어 있던 빛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빠져나온다. 모든 동물이 움직이는 비결이다. 세포호흡 반응식은 따로 외우지 않아도 된다. 광합성 반응식을 반전시키면 된다. C6H12O6 + 6O₂ + 6H₂O → 6CO₂ + 12H₂O + 운동 에너지. 광합성과 세포호흡을 통해 C H O 원자가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식물의 먹이인 이산화탄소와 동물의 먹이인 산소가 교대로 순환한다. 이토록 절묘오묘한 생명의 순환은 식물의 광합성에서 비롯되었다.


이 대목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게 있다. 지구 생명체는 모두 다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며 살까? ‘모두 다’가 아니라 ‘거의 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햇빛이 없는 심해 열수구에서 광합성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발견되었다. 열수구(熱水口)란 깊은 바닷속 땅바닥 갈라진 틈으로 마그마에 의해 뜨거운 바닷물이 분출되는 곳이다. 거기서 살아가니 열합성 생명체라 해도 될 듯싶다. 펄펄 끓는 열 에너지를 받고 나름의 화학합성을 하며 살아가는 독립영양 미(微)생물들이 아닐까? 바이러스처럼 미(未)생물이 아니라 원핵세포 안에 유전자를 지닌 영락없는 생명체다. 고세균은 일산화탄소와 물로 수소를 발생시킨다. 비태양 수소 에너지원으로 연구 중인 이유다. 세균(Bacteria)과 구별하려고 오래된 고균(Archaea)이라고도 부르지만 현존하는 생명체다.

고(古)세균은 생명체 분류의 가장 큰 틀인 역(domain)에서 세균, 진핵생물과 함께 하나의 영역을 이루며 맨 윗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는 무시 못 할 생명체다. 그런데도 역-계-문-강-목-과-속-종이라는 생명체 분류 단계에서 가장 아래 한 종(種)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는 세상을 인간과 인간 주변 생물로 나누는 버릇이 있다. 고세균께서 가장 꼭대기 역(域)에서 가소롭다 하지 않을까? 우주 어딘가 고세균과 같은 극한 조건에서 에너지를 받으며 진화해온 생명체는 정말로 그리 여길 수도 있겠다.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드넓게 생각하자. 지구 중심 천동설에서 벗어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