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식물이 아니고 균이다. 미역은 광합성을 하지만 식물이 아니고 원생생물이다. 버섯과 미역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통념을 비껴 간다.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의 후예들은 온갖 생명체들을 분석하여 순차적 카테고리별로 분류했다. 인류가 이룩한 훌륭한 지식업적이다. 그러나 생명세계엔 원칙(原則)과 정칙(正則)만 있지 않다. 반칙(反則)도 변칙(變則)도 있다. 생물분류학으로 정확히 분류할 수 없는 요상한 생명체들이 있다.
가령 새삼이 그렇다. ‘새삼스럽게 무슨 말씀을’의 그 새삼 같다. 이때 새삼은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새삼의 정체를 알면 인사말로 쓸 게 아니다. 새삼은 식물계(界) 속씨식물문(門) 쌍떡잎식물강(綱)에 속한다. 겉씨식물보다 나중에 생긴 속씨식물이며 외떡잎 식물보다 진화한 쌍떡잎 식물이다. 식물계에서 나름 고등한 식물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포자도 아니고 종자인 씨를 내리며 번식한다. 그런데 식물이라면 마땅히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않는다. 새삼은 어떤 식물에 달라붙으면 뿌리와 잎이 퇴화하여 광합성을 하지 않고 빨아 먹는다. 질기며 강인한 누런 줄기로 공생도 아니고 기생하며 산다. 결국 숙주식물을 말려 죽여 버리면 다른 식물에 달라붙는다. 인간에겐 이로운 약재이지만 식물에겐 악독한 생명체다. 버섯은 광합성을 않기에 식물에 속하지 않고 균에 속한다. 미역은 광합성을 해도 식물에 끼지 못하고 원생생물에 속한다.
그런데 새삼은 광합성을 않아도 식물로 분류된다. 도대체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이라니?
동물에도 그런 게 있다. 호주에 사는 오리너구리는 오리처럼 알을 낳는다. 그런데 부화되어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물린다. 포유류 암컷에게는 젖을 먹일 젖가슴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냥 어미 피부에서 젖이 스며 나와 새끼는 여기저기 핥아먹는다. 포유류는 자라면서 이빨이 생기는데 오리너구리는 자라면서 이빨이 빠진다. 도대체 이 괴상망측한 동물을 어찌 분류할까? 젖을 먹이니 조류도 아니고 알을 낳으니 포유류도 아니다. 넓적한 부리가 있으니 조류인가? 이빨과 젖가슴이 없으니 포유류도 아니다. 발이 없고 물갈퀴가 있으니 조류인가? 날개가 없으니 조류가 아니다. 어류는 확실히 아닐 텐데…. 물과 뭍 양쪽에서 사니 양서류인가? 물갈퀴가 악어처럼 생겼으니 파충류인가? 결국 여러 논란 끝에 오리너구리를 포유강(포유류)으로 애매하게 분류하기까지 백여 년 세월이 걸렸다. 도대체 알을 낳는 포유류라니? 2021년 밝혀진 오리너구리의 유전자 지도로 보자면 포유류+조류+파충류란다. 헐!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100% 딱 정확하게 분석 분류하는 건 불가능하다. 부족하나마 아는 한계 안에서 인식하고 분석 분류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코(Umberto Eco 1932~2016)는 ‘칸트와 오리너구리’라는 책을 썼다. 정확하기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를 제목에 올려 부족한 인간이 지니는 애매하며 어정쩡한 철학의 한계를 유쾌하게 지적하는 책이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 때 그 부족함이 오히려 부족력이 되어 부족함을 딛고 도약할 수 있다. 不知不足停滯 能知不足跳躍. 부지부족정체 능지부족도약. 부족하나마 한문을 대강대충 만들었다. 부족함을 알지 못하면 정체된다. 부족함을 능히 알아야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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