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투신 심리학
초(楚)나라 명신으로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던 굴원(屈原)이 주변의 모략으로 강남에 좌천되자 장사(長沙) 인근 멱라수에 투신 자살했다. 그 억울함의 농도와 공감을 만방에 일으키는 데 최선의 수단으로 투신을 선택한 것이다. 문화권에 따라 선호되는 자살수단이 있는데 몸에 상처를 내는 자신(刺身)이 역사적 상식이던 중국에서 투신은 흔치않은 선택이었다. 곧 투신에는 그렇게 할 심리적 변수가 내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에게는 죽이고 싶은 원망과 죽임당하고 싶은 원망이 공존하고 있어 이를 앰비버런스라 한다. 누군가에 배신당하거나,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거나, 그러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보면 죽이고 싶은 원망이 생기고, 그 원망을 성취할 수 없을 때 죽임당하고 싶은 원망으로 급반전, 자신을 가혹하게 파괴하러 든다는 것이 메닌저의 자살이론이다. 철저하게 자기파괴를 하고 싶을수록 높은 곳에서 투신하는 형태를 선택하게 되고ㅡ. 명예와 명성이 높았던 사람이나 그 그늘에서 안주하던 사람이 그 안주권이 훼손되거나 그로부터 소외받는 일을 당했을 때 자기파괴를 선택하게 된다. 로버트 테일러, 그레고리 펙, 폴 뉴먼, 제니퍼 존스 등 명배우나 그의 아내 아들딸들에게 투신자살이 많았던 이유가 이에 있고, 해빙 이전의 동구권 지배층 노인들에게 투신자살이 별나게 많았던 것도 늙어서 권력이나 명예로부터 소외되고 공산권에서 그를 대체시킬 삶의 방법을 찾을수 없어 선택되는 외길이었다.
투신장소로 알려진 명소를 선택하는 것도 큰소리치고 죽고 싶은 심정과 무관하지 않다. 어찌할 수 없었던 말못할 사정을 은연중에 이심전심으로 만인에게 알리거나 인생허무를 고하고 싶을 때 명소를 찾는다. 투신자살의 명소로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파리의 에펠탑이 선호돼온 이유가 이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강다리를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정몽헌 회장을 위시하여 안상영 시장, 남상국 사장, 김인곤 이사장에 이어 박태영 지사 등 고위층이 이전에 없었던 투신자살을 잇따라 선택한 이유를 조명해 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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