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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이라크의 새 국기

bindol 2022. 10. 22. 08:03

[이규태 코너] 이라크의 새 국기

조선일보
입력 2004.04.28 18:50 | 수정 2004.04.28 18:50
 
 
 
 

국기는 한 나라에 각기 다른 하나씩이지만 빛이나 문양 디자인이 유사한 네댓 그룹으로 대별된다. 예전에 복속(服屬) 관계에 있던 나라끼리 한 그룹을 이루고 있는데 영국을 위시한 십자기 그룹이 그것이다. 중세 십자군 전쟁 때 출정하는 동맹국들에서는 수도원의 문간에 세워둔 십자기를 들고 참전했던 데서 그것이 국기로 정착한 것이며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많고 넓은 나라들은 지금도 십자를 국기 속에 간직하고 있다.

국기가 없었던 한말 한·미수호조약을 맺으면서 국기가 급히 필요해졌다. 이 조약을 도와준다 하고 와 있던 중국특사 미건충은 조선국기 문양을 자기네 국기문양인 용으로 하되 발톱 수를 중국의 그것에 비겨 하나 적게 하라고 종용했었다. 그 뜻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주종관계를 국기로 유지하려는 강대국의 의도는 그 밖에도 자주 있었다.

정치 이념의 공감대를 유사 기색(旗色)으로 표현한 것이 2차대전 후 급속하게 늘어난 공산국가들의 붉은색 바탕에 붉은 별이나 망치, 낫 문양이다. 가로 세로 삼색기(三色旗) 그룹 소속의 나라들이 많은데,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은 근년의 일이요 발상은 근대화하면서 명가(名家)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그 명가의 가문(家門)색을 합친 것이다.

15 초 후 SKIP

삼색기 그룹 버금으로 많은 것이 사막의 선망색인 녹색바탕에 반달과 별 문양의 이슬람계 사막국가 국기들이다. 덥고 모진 사막국가들은 밤에 주로 이동하는 문화권인지라 밤을 밝혀주는 달과 갈 길의 지표가 되는 별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오스만 터키국의 상징으로 이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 초승달과 별 문양을 국기에 채택했다고도 하지만 이슬람을 신봉하는 사막국가들의 공약 문양으로 별과 초승달은 상식이 돼 왔다.

이라크 통치위원회에서는 연푸른 초승달과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을 상징하는 역시 푸른 두 줄기 틈에 쿠르드족을 상징하는 노란 줄이 낀 새 국기를 선보였다. 천적인 이스라엘 국기에서 쓰고 있는 푸른색을 쓴 것과 독립 쟁취의 기회가 왔다고 격앙돼 있는 쿠르드족의 반발이 예상되는 험난한 새국기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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