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水門의 엽전꾸러미

bindol 2022. 10. 23. 06:31

[이규태코너] 水門의 엽전꾸러미

조선일보
입력 2004.04.02 18:20
 
 
 
 

도성 복판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물이 빠져나가는 다섯 칸 오간수문(五間水門)은 죄인들이 빠져나가고 문세(門稅)를 물지 않고도 드나드는 범칙 출입문이었다. 그 수문 교각 후미진 곳에서 200여년 전의 엽전 꾸러미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왜 그곳에 그 큰돈이 버려져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우리 한국인의 금전문화를 들여다 보는 것으로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한국인에게 체질화돼 있던 척전문화(擲錢文化)의 소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상들 복을 부르고 재앙을 소멸시키는 초복소재(招福消災)의 수단으로 샘이나 미륵 암석 고목 다리에서 돈을 던지는 관행이 있었다. 대보름날 밤 한양의 남녀노소 다리를 밟는데 마음속의 소원을 빌거나 초복 소재를 위해 엽전을 다리 밑에 던지고 돌아간다. 오간수문은 크게 트인 구멍이라 하여 이곳에 척전하면 대통한다고 알았으며 큰 죄를 저질러 양심이 아픈 사람이나 큰 장사를 하며 대운을 노리는 상인은 한 두 푼 아닌 꾸러미 돈을 다리 밑에 버렸다. 그 꾸러미 돈일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로 난리가 잦았던 한양살이에서 피란길 떠날 때 재물이나 돈을 땅속이나 후미진 곳에 묻고 가게 마련인데 묻고 가서 죽어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으며 이 숨겨둔 재물이 후에 우연히 나타나 횡재한 이야기는 비일비재하다.

아마도 청계천변의 돈많은 장사꾼이 피란길 떠나면서 이 오간수문 교각 틈새를 선택했을 확률도 없지 않다. 오간수문이 수문장이 지키는 동대문이나 광희문을 통해 드나들 수 없는 범죄자가 드나들었다면 범칙금이나 훔친 돈을 이 수문 바닥 판돌 한장 들어내어 숨겨놓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몸이 됐을 수도 있다.

필리핀에서 뱀부 뱅크, 곧 대숲의 대나무통에 돈을 숨겨놓듯이 군소 장사치들이 그날 그날 번 돈을 구들장 뜯어 숨기고 눈곱챙이 벽장을 만들어 숨기곤 했던 것으로 미루어 오간수문에 다리밑 금고를 만들어 두었을 수도 있다.

이 오간수문의 엽전 꾸러미는 한국의 금전문화가 파생시킨 역사적 존재방식으로 후대에도 경제를 논의할때 거론될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