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46) 두 소년

bindol 2022. 10. 24. 04:52

(146) 두 소년

중앙일보

입력 2022.10.20 00:21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두 소년
오동춘(1937∼)

얼음이불 깊은 속을 말없이 강이 흐른다
가슴에 할아버지 서로 잃은 두 소년
대화는 강이 아니다 벙어리로 굳는다

오고 갈 사랑다리 끊긴 세월 녹슬어
따로 살다 피는 흘러 두 소년이 만났어도
아, 말도 금이 갔던가! 사무치는 한 깊다

-현대문학(1979.4)

강한 무력(武力)이 전쟁을 막는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시위가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킨다. 생각 한번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순식간에 닥칠 수도 있는 현실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평화를 염원하던 소망의 시간을 북은 핵 무력의 완성으로 답한 셈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이 전화에 휩싸여 있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철통 같은 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할 때다.

얼음이불을 덮은 듯한 두 소년은 가슴에 할아버지를 잃었다. 끊어진 세월 속에 한은 날로 사무치고, 이제는 말도 금이 가고 말았다.

오동춘(吳東春) 시인이 참석하는 행사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 그를 따라 애국가를 끝까지 부르다 보면 조국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의 문학세계를 이루고 있는 주제는 나라, 겨레, 한글, 짚신 사랑이다. 이를 평생 행동으로 외치고 있는 그는 참스승의 표상이라고 하겠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