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비교 목욕문화
수도꼭지 돌리는 것마저도 번거롭다 하여 원격 조종으로 물을 뽑아 쓰는 미국에서 절수의 단계적 운동으로 욕실에서 리모컨을 추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다. 서양에서 목욕을 제일 자주 한다는 미국의 목욕문화는 서양의 전통으로 미루어 이질적이다.
고대 로마 시대는 거대한 수도(水道) 유적으로 보나 욕장(浴場) 규모로 보나 목욕 황금시대였다. 그 후 엄격한 초기 기독교의 금욕주의는 퇴폐한 로마의 목욕문화에 반대하였는데, 303년에 순교한 성 아그네스는 13세 순교 당시까지 단 한 번도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그 많은 작품 속에 목욕하는 것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으며, 그 호화스럽던 루이14세도 1년에 단 한 번 목욕하고 얼굴도 매일 씻지는 않았다고 했으니 알 만하다.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이 태어나자마자 냇물에 가 목욕하여 사람모습을 찾았다는 신화시대 이래 한국은 목욕과 친근했으며 죄인을 강제로 잡아다 목욕시키는 속죄 의식(儀式)까지 있었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큰 절에 재계(齋戒)하는 공중목욕탕이 있었지만 주로 물 좋은 개울에서 씻었고 서긍의 「고려도경」에 고려 사람들이 하루에 서너 차례씩 목욕하며 남녀가 혼욕을 한다는 견문이 적혀 있는데 그 모두 냇물에서였다. 조선조에는 큰 집들에 정방(淨房)이라는 욕탕이 없지 않았지만 맑은 냇물에 싸여 살았기에 욕탕이 필요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인 욕통(浴桶)을 가진 이는 프랭클린으로, 원고를 쓸 때 반신을 욕통에 담그고 쓰는 버릇까지 있었다. 반면에 1800년 필라델피아의 한 여인은 28년 만에 처음 목욕했다는 기록이 있을 지경이다.
‘새터데이 배스’란 말이 생겨났듯이 1주일에 한 번이 상식이던 미국 목욕문화가 1919년 수도와 비누회사 들이 ‘에브리데이 배스’ 운동을 전개한 후부터 급성장, 5갤런이면 족할 목욕에 100갤런씩 쓰기에 이른 것이다.
149개국에 대한 유엔의 물소비 조사에 보면, 물 걱정 없는 목욕 왕국으로 여겨온 미국과 일본이 물 부족 우려 국가로 분류되었고, 그보다 더한 물 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된 우리나라에서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 22일은 물의 날인지라….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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