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사라져가는 나비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의 사랑을 그린 영화 ‘모정(慕情)’에 나비가 세 번 클로즈업 되어 나온다.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 홀든의 어깨에 나비가 와 앉자 존스는 ‘행운의 징조’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전장에서 홀든이 치고 있는 타이프라이터에 나비가 와 앉는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추억의 언덕을 찾아가 남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라스트 신에 나비가 클로즈업 된다.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환(幻)의 소리와 더불어…. 인간과 나비와의 유대 그 전부를 대변해주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르나르의 ‘박물지’에 “두 겹으로 접은 연문(戀文)이 꽃번지를 찾는다”고 나비가 정의돼 있듯이, 나비가 사랑의 상징인 데는 온 세상이 공통된다.
사랑하는 총각의 무덤이 열리자 처자가 투신하고, 닫히는 무덤에 미처 다 못 묻힌 치맛자락이 조각조각이 되어 나비가 돼 날았다는 우리나라 나비의 발생 설화부터가 그렇다. 치마 모서리를 잘라 구애(求愛)했던 옛 우리 여염의 프러포즈도 바로 이 나비 전설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북시록(北尸錄)’이라는 중국문헌에 미접(媚蝶)이라는 학처럼 생긴 나비가 나오는데 궁녀들이 그 나비를 몰래 구해 분합에다 담아 노리개처럼 차고 다님으로써 황제의 사랑을 노렸다 했으니, 나비는 사랑의 메신저다.



죽은 것 같은 번데기에서 살아나 고운 모습으로 창공을 나는 나비를 육체와 유리되는 영혼이나 부활의 상징으로 본다는 것은 합리적이다. 희랍신화에서 육체를 벗어난 영혼을 프시케라는 미소녀로 미화한 것이며 유럽의 석관(石棺)들에 나비가 조각된 것도 그 영혼의 부활을 염원해서다. 중국에서 함선(含蟬)이라 하여 매미나 나비 모양의 조각을 망인의 입에 물려 장사 지내는 것도 바로 영혼의 부활을 비는 뜻에서다.
인류는 미구에 이 사랑의 심부름꾼과 영생하는 영혼의 이탈매체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영국자연보호센터가 조사한바 지난 40년 동안 영국 전역에서 나비가 71%나 멸종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나비더러 가자던 청산이 71% 비청산화하고 사랑이나 부활 같은 청정 정신세계가 29%로 좁혀져 있다는 지구 지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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