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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사명대사의 눈물

bindol 2022. 10. 24. 05:14

[이규태코너] 사명대사의 눈물

조선일보
입력 2004.03.18 17:37
 
 
 
 

경술(庚戌)년 하면 일제의 강제병탄이 연상된다. 그해 항간에 「오경(五庚)후 홍제존자(弘濟尊者)가 통곡을 한다」는 참언(讖言)이 나돌았었다.

홍제존자는 사명대사요, 대사가 돌아가신 것이 경술년(1610)이며, 「오경후ㅡ」란 경술년이 다섯 번 지난 후에 대사가 통곡하며 운다는 뜻이다. 나라 기우는 데 대한 민중심리를 가야산의 사명대사비가 눈물로 결집시켜 이 해에 무척 울어대고 눈물을 흘렸었다. 광복 전해에도 이 사명대사비가 땀이나 눈물을 흘렸고 이를 두고 일본패망이 닥쳤다는 민심에 당황한 당시 합천 경찰서장이 이 사명당비를 네 조각 내어 파손시켰었다.

임진 국난수습으로 항일의 정신적 지주가 돼 내린 사명대사의 표충비들은 그후에도 국난과 연관된 민심을 결집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눈물 또는 땀을 흘렸다. 보도된 바로 밀양 홍제사에 있는 표충비가 작금 두 차례에 걸쳐 바닥을 흥건히 적실 만한 50ℓ분량의 땀을 흘려 민심이 불안한 정국과 연계시키고 있다 한다.

비석이나 불상 등 석물이 땀이나 눈물을 흘린 사례는 잦았다. 신라 진흥왕이 돌아가던 해 황룡사의 석가여래상이 눈물을 흘려 발꿈치 땅 한 자 남짓 둘레를 적셨고 55척의 은진미륵의 사적비에 보면 「나라가 태평할 때는 만신에 광윤(光潤)이 흐르고 흉란이 일어나려고 하면 만신에 땀이 흐른다」했다. 이를 불길한 조짐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낱 자연현상으로 묵살하기도 했다.

 

현종 3년 전라도의 불상들이 땀을 흘려 민심이 흉흉하다는 전라감사의 장계가 올라오자 당시 대사간이던 민정중(閔鼎重)은 「불상은 대체로 나무로 만들고 그 위에다 도금을 하기에 날씨가 음습한 철이나 겨울에 춥지 않으면 그 겉에 이슬이 맺혀 흘러내리게 마련이라고 심산의 노승들에게 자주 들었다」고 임금에게 아뢰고 있다. 표충비의 땀은 올해 이상난동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해석이기도 하다.

굳이 시국과 연관시킨다면 일본에 원한 품은 비석인지라 지난 12년 동안 600회에 걸친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 그 시위에 반응 없는 일본에 대한 분루(憤淚)요 땀일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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