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생체실험
유대인 정신의학자 빅토르 프랑클은 닷하우 강제수용소에서 나치의 생체실험을 목격했었다. 수용자 수백명을 차가운 빙수 속에 넣어 죽어가게 하는 실험이 있었는데 대개는 체온 25~26도에서 사망하고 최저기록이 19도였다.
이렇게 많은 살상을 수반한 생체실험으로 수용소의 연료를 아꼈다는 것이다.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일본 관동군 731세균부대의 만주 생체실험장은 지금 고스란히 보존되어 인간이 얼마만큼 잔혹해질 수 있는가의 한계를 말해주는 현장이 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을 원심분리기에 걸어 생혈을 짜는 착혈(搾血) 실험장치가 있고 진공실에 집어넣고서 입이나 항문, 눈이나 귀가 파열되고 내장이 돌출하는 과정을 16㎜ 기록영화로 찍어 놓기도 했다.
피가 달렸던지 말이나 원숭이 같은 짐승 피를 사람의 피와 바꿔 넣는 대체 수혈실험도 했다. 폐전차 속에 피실험인간을 가둬 놓고 화염방사기로 쏴 얼마 만에 죽는가 하는 내열(耐熱) 생체실험이며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 옷을 입힌 채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게 하여 반응을 보는 동상실험, 공기 정맥 주사실험 등 인류가 인류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악이 감행되었던 생지옥이었다.
종전 후 하바로프스크 전범재판에서 이 부대 고참인 가와지마 소장은 그가 5년 동안 근무하면서 3000명의 중국인 러시아인 몽골인 한국인이 생체실험으로 희생됐다고 증언했었다. 이 가운데에는 세균전·화학전 실험 희생자도 포함돼 있는데 탄저균(炭疽菌) 실험사례를 들어본다. 30명의 인체에 탄저균을 피부, 음식물, 호흡기로부터 각기 다르게 감염시켜 사흘 후에 해부해 내장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슬라이드로 찍기도 했다.
하바로스크의 이 생체실험을 한 전범 결심공판에서 재판장은 “오늘의 판결만은 신에게 의뢰한다” 하고 지구상에 마지막 죄악의 불식임을 신으로 하여금 선언하게 했었다. 한데 북한에 수용된 정치사상범들을 대상으로 화학전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는 단서를 탈북자 인권연대가 공개하고 있으니 사실이라면 무력해진 신의 판결이 원망스러워진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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