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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한·일 줄다리기

bindol 2022. 10. 25. 05:54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코너] 한·일 줄다리기
입력 2004.02.12 17:57:06 | 수정 2004.02.12 17:57:06

줄다리기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와 동남아 벼농사지역에 주로 퍼져 있고 북아프리카 유럽의 농경지대에서도 줄을 당긴다. 그래서 2회에서 7회까지 올림픽 종목이 돼 있었을 만큼 국제적인 민속행사다. 하늘인 아버지가 땅인 어머니에게 ‘비’라는 정액으로 잉태시켜 그해의 풍년을 들게 한다는 고대문명의 천부지모성혼설(天父地母聖婚說)에 뿌리를 둔… 풍년을 빌고 비가 내리기를 비는 행사로 고대에는 남녀가 편을 갈라 겨루기 마련이었다. 이 성혼설의 원형을 가장 성실하게 유지해온 한국의 줄다리기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통 줄다리기는 암줄과 수줄을 따로 만들어 줄 끝에 암고리 수고리로 성(性)을 달리한다. 줄을 당기기 전에 ‘고싸움’이라 하여 수고리와 암고리를 부딪치고 비벼대는 전희(前 )를 거친 다음 암고리에 수고리를 집어넣고 비녀목을 질러 꽂는다. 곧 줄다리기 자체가 성행위인 것이다. 줄을 잘 당기는 장사는 힘의 적절한 안배와 집중에서 팽배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성적 황홀지경처럼 무중력 상태의 황홀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할 때 줄을 놓고 나가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와도 그가 줄다리기에 보탠 힘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니 줄다리기에도 초월지경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 줄다리기는 힘을 물리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안배 균형 조화를 조절함으로써 총화력을 극대화시켰으니 바로 공동체의 삶을 지혜롭게 유지하는 철학을 터득하고 구현시키기도 했던 것이다. 지난 정월 대보름날 일본 아키타(秋田)현의 500년 전통 중요무형민속문화재인 큰줄다리기 고장에서 한국 당진(唐津)에서 원정을 간 장사들과 줄다리기로 문화를 교류하는 행사가 있었다. 재작년 동아시아의 줄다리기를 비교 연구하고자 이곳에 들른 당진의 교사들이 동아줄 만드는 수법 등이 한국과 흡사한 것을 알고 줄다리기의 뿌리를 찾는 행사로써 금년에 처음 시도한 대회였다. 이들은 앞으로 전 세계 줄다리기 문화의 구심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한다. 이 같은 민속문화의 뿌리를 찾아 재결합하는 교류행사가 여러 분야에서 확대돼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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