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고향 꿈을 꾼 탓일지도
- 昨夜夢江湖·작야몽강호
국화꽃 고개 숙여 비를 맞고(菊垂雨中花·국수우중화)/ 뜰에 지는 오동잎에 가을 놀라네.(秋驚庭上梧·추경정상오)/ 오늘 아침 더욱 더 마음 슬픈데(今朝倍惆悵·금조배추창)/ 어젯밤에 고향 꿈을 꾼 탓일지도.(昨夜夢江湖·작야몽강호)
위 시는 조선 선조 때 문사인 오정(梧亭) 정용(鄭鎔·생몰년 미상)의 시 ‘秋懷’(추회·가을의 회포)로, ‘국조시산’(國朝詩刪)에 들어있다. 국화꽃이 가을비에 늘어져 비를 맞고 있다. 뜰에 오동잎이 져 떨어지는 걸 보고 가을이 깊어가는 걸 느낀다. 해마다 가을을 맞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 아침은 마음이 더 슬프고 애잔하다. 무엇 때문일까. 시인은 간밤에 고향 꿈을 꾸었다. 시인은 벼슬이 이조참판에 이른 문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타향살이를 했다. 가을이 깊어지니 고향의 산천이 그리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요즈음 국화꽃이 한창 피어난다. 오동나무는 잎이 커 떨어져 뒹굴면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들판에는 누런 나락을 베고 있다. 감나무에는 감이 벌겋게 익어간다. 단풍도 울긋불긋해진다. 며칠 뒤면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의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해마다 부부 동반으로 지리산 단풍을 구경하려고 목압서사를 찾는 친구들이 며칠 뒤 1박2일로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지리산에서는 피아골 단풍을 최고로 친다. 해마다 친구들과 계곡을 따라 피아골대피소까지 걸어갔다 온다.
사람들은 젊었을 적에는 잘 모르지만 나이 들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고향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없는 한 친구는 며칠 전 고향집 인근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그 언저리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풀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시인은 점잖게 위 시를 읊었다. 아마 시를 쓴 그날 빚어둔 막걸리를 한 잔 했을 것이다. 철없이 고향에서 보내던 시절과 스승을 찾아가거나 책 보따리를 지고 산사로 들어가 공부를 하던 때가 기억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초상이 나 어제 상가에 갔다 오후 늦게 돌아왔다. 단풍놀이 차량들로 남해고속도로가 주차장을 연상할 정도로 정체가 심한 걸 봤다. 내일 27일에는 필자가 은거하는 목압마을 주민들이 전남 고흥으로 야유회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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