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빈대 비상
미국은 지금 테러 비상, 광우병 비상, 그리고 빈대 비상ㅡ3대 비상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전역 28개 주에 빈대가 50년 만에 나타나 서민 아파트부터 최고급 호텔까지 그 출현으로 비상이 걸리고 방역회사들이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 못해 아우성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빈대는 파리 모기 이 벼룩과 함께 5대 해충으로 역사와 더불어 사람을 괴롭혀 오다가 살충제인 DDT의 출현으로 잠적했다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그 약제가 사라진 지 50년 만에 나타난 것이다.
기원전 3세기의 그리스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 속에서 술의 신인 바쿠스가 빈대에게 시달리는 대목이 나오고, 소크라테스가 침대를 쓰지 않아 유명한데 그 이유는 빈대 때문이었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수사슴의 발을 침대발에 매어두면 빈대가 올라오지 못한다 했다.
영어로 빈대의 별명이 시저인데 빈대를 영국에 들여온 것이 로마의 명장 줄리어스 시저의 원정 때였기 때문이다. 이 영국 빈대는 빅토리아 여왕도 두려워하지 않았던지 ‘폐하의 빈대 구제관(驅除官)’은 잠옷바람의 여왕 침실을 드나들 수 있어 추문을 퍼트린 주인공이기도 했다.
영어로 빈대를 월 라우스, 곧 ‘벽에 사는 이’라 했는데 중국에서 벽슬(壁蝨)이라 불렀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본초강목’에서 빈대는 반드시 남향으로 이동하고 벽을 타고 천장에 올라 고공낙하로 인체에 내려붙는다 했다. 서양에서 빈대에게 물리는 것을 공습으로 부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빈대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로 본다. 지금 덕수궁 주변의 지명이 빈대굴인데, 의주까지 피란갔던 임금님이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덕수궁에서 14년간 집정을 했었다. 이때 국경에서 묻어온 빈대가 성 안으로 번졌고 그래서 빈대굴이라는 지명을 얻은 것이다.
빈대떡이라는 이름도 빈대굴인 정동에서 많이 부쳐서 팔았다 해서 얻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광복 직전 우리나라에 이( )와 장티푸스가 번진 것이 일본 관동군의 세균전에 의한 것이었듯이, 미국의 빈대도 패망한 이라크의 세균테러 탓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성급한 판단도 나오고 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코너] 어원으로 본 고구려 (0) | 2022.10.27 |
|---|---|
| [이규태코너] 영상세대와 글짓기 (0) | 2022.10.27 |
| [이규태코너] 꽃미남 (0) | 2022.10.27 |
| [이규태코너] 전등 나무 (0) | 2022.10.27 |
| [이규태코너] 해맞이와 한국인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