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대동강의 푸에블로
1968년 동해상에서 북한군에 나포됐던 미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호가 평양 대동강변에 예인되어 전시 중이라는 사진보도가 있었다. 당시 83명의 승무원들은 북한에 수용되었다가 버처 선장의 영해 침범 시인으로 근 1년 만에 풀려났는데 선원들의 생명을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한다.
선체만은 동해 원산항에 예인되어 있었는데 그 푸에블로호를 공해상으로 멀리 돌아 예인했는지 해체해서 육로로 옮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서해안으로 대동강 타고 평양까지 옮겨다 놓은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반미의식을 고조시킬 정치적인 필요가 커지자 이를 대동강변에 옮겨 구경시킴으로써 반미에서 극미(克美)로 여론을 드높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극미 여론을 증폭시킬 만한 유사한 역사적 사건이 바로 푸에블로호를 매어놓은 대동강 그 현장에서 일어났기에 굳이 그곳에까지 끌어다 매어놓았을 것이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치가 서슬을 파랗게 세우고 있던 고종3년에 미국의 화륜선 제너럴 셔먼호가 대동강을 타고 올라와 당시 평안도 관찰사인 박규수(朴珪壽)에게 통상을 요구했다. 국책을 내세워 거절하자 주민에게 횡포를 가했고 평양군민은 돌팔매질로 대응했으며 썰물에 배가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상류에서 장작 실은 낚싯배들에 기름을 부어 불배를 만들어 방류, 셔먼호와 닿게 하여 태워버렸던 것이다. 물론 승무원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박규수는 셔먼호의 대포 2문을 선화당 앞뜰에 갖다놓고 철쇄를 거둬다 대동문 네 기둥에 감아 미국에의 승리를 과시했었다. 푸에블로호를 불태워 잔해만 남아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옮겨놓은 저의는 바로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반미, 극미정신을 선양하는 데 호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동강에 방치돼 있던 셔먼호는 그후 화륜선을 갖고 싶은 대원군의 명에 의해 한강 망원정 앞으로 예인되어 철장(鐵匠)들을 동원 복구를 시도했었다. 시운전하던날 장안 백성들이 강변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 겨우 여남은 발자국 움직이고 멎었던 개화의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코너] 새 서울역 (0) | 2022.10.27 |
|---|---|
| [이규태코너] 내 자식 죽이기 (0) | 2022.10.27 |
| [이규태코너] 성탄옹과 조왕님 (0) | 2022.10.27 |
| [이규태코너] 어원으로 본 고구려 (0) | 2022.10.27 |
| [이규태코너] 영상세대와 글짓기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