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후세인의 수염
생포 당시 덥수룩했던 후세인의 수염을 미군이 말끔히 자르고 공개했다. 후세인의 본 얼굴을 드러내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한데 깎인 후세인의 수염이 이라크 사람들의 뼈아픈 공감대를 자극, 저항을 격화시키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아랍계 방송이 보도했다.
수염은 아랍사람들에게 있어 몸에 난 털이 아니라 힘과 권위의 상징이다. 이집트의 수호신인 인면사신(人面獅身)의 스핑크스에는 본래 수염이 있었다. 한데 영국군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 맨 먼저 그 수염을 떼어내 대영박물관에 옮겨 놓았었다.
스핑크스가 있는 한 이집트는 외적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집트 사람들의 애국심을 거세하고 이집트를 수호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수염을 떼어간 것이다. 이집트나 바빌론에서는 왕의 혈통을 이어 받은 귀족 아니고는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했고, 여왕은 가발수염을 했어야 할 만큼 최고권력의 상징이었다.
여호와를 비롯 노아나 모세 등 성서에 나오는 예언자는 바람에 나부낄 정도의 긴수염을 하고 있으며 소크라테스의 별명이 수염선생이듯 고대희랍의 철학자들도 모두 수염을 길렀다. 마치 예언이나 지식이 수염에서 나오기라도 하듯.
지금도 희랍사람들이 결심을 할 때 수염을 어루만지고 이슬람교도들 수염에 걸고 맹세를 한다. 1955년 이집트의 옛 왕궁터에서 비단보에 쌓아 황금 그릇에 담은 마호메트의 수염 한 개가 발견되었었다. 마호메트의 예언력도 수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았고, 그후 이슬람군주들은 수염을 길러야 알라의 가호와 신통력을 얻는 것으로 알았다.
후세인 수염을 이라크 국민들은 바빌론 수염이라하여 흉내를 내 길렀었다. 그들 여망을 고대 바빌론의 영화에 접속시키는 매체로서 후세인이 그의 수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의 수염을 다듬는 조발사는 사원에서 신격이 높고 권력순위 상위에 속했다.
이처럼 그 수염에는 이라크의 존망과 희망이 걸려있었으며, 그것이 깎임으로써 이라크 국민이 입은 공감대의 상처가 얼마만한가는 앞으로의 저항의 강도가 말해줄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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