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에카르트 미술사
한국문화의 근대화에서 잊혀지고 있는 두 독일인 거목이 있다. 음악의 에케르트와 미술의 에카르트로 이름도 흡사하다. 에케르트는 일본해군군악대교사로 초빙되어 당시 입으로만 구전돼 오던 일본국가 「기미가요」를 처음으로 편곡 채보하여 일본 임금 생일날에 최초로 취주악으로 연주한 분으로 그 후 우리나라에 초빙되어 대한 제국군악대장으로 있으면서 「애국가」를 작곡한 분이다. 1904년 황성신문 보도에 보면 이 에케르트 작곡의 애국가는 국가로 공식 채택되어 당시 조약국들에 악보가 보내졌고 각급학교에서 예식을 할 때 불렀다 한다.
미술의 에카르트는 선교사로 조선땅에 와 미술에 빠져 「한국미술사」라는 대작을 저술,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처음으로 서방측에 과시한 분이요 한독사전을 처음 만들어 독일에 한국문화의 밭을 간 분이다. 그 사전은 한글 1만1500자를 직접 자기 손으로 써서 자기가 조각했기로 사전이라기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수공예작품이라는 편이 옳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 있던 그 「한국미술사」가 72년 만에야 처음으로 번역 출판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그동안 문화계나 문화정책을 둔 후진성이 절박해진다.
그 저술 가운데 「한국 민족의 예술적 재능」과「한국미술의 특질」 항목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의 비교미학이 정곡을 찌른다. 중국의 전족(纏足)이나 일본의 분재(盆栽)에서 보듯 자연의 왜곡미(歪曲美)가 한국미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었음을 강조하고 그것이 유럽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국제성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궁전은 웅장하고 크지만 들어가보면 답답하고 비좁다는 것을 범인도 절감하는데 한국의 궁전은 처마 사이의 선이 원근(遠近) 산맥의 선과 유기적으로 조화하여 건물은 작지만 들어가면 그렇게 넉넉할 수가 없다 했다.
중·일(中日) 두 나라의 그림이나 조각들은 미를 그 작품에 떠 안겨버리는데 한국의 미술품들에서는 한국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끔 하는 여분이 남겨져 있는 것이 다르다 했다. 일본 미술사가 야나기(柳宗悅)는 많은 사람이 조선의 미술품을 사랑했지만 에카르트처럼 그것을 낳은 이 민족의 심정에까지 연계시킨 이는 없다 했다. 사대(事大)에 눈이 어두워 우리의 것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문명고발이기도 한 에카르트 미술사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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