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손과 한국인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연패(連覇)행진을 하고 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한데 장애자 기능올림픽에서도 3연패의 승전보가 들려왔다.
역경을 이긴 심지(心志)를 찬양하기 이전에 한국인의 손, 그 손재간의 세계적 위상을 확고부동하게 하는 쐐기요, 세상 사람들의 인식 속에 한국인을 개성화·차별화하는 문화자원을 과시했다는 측면을 크게 사고 싶다. 한 나라의 전통이란 역사시간 동안 조상들이 시행착오로 간직해내린 지혜다.
그러기에 그것은 국민 전체의 소유이며 국가 재산이다. 20세기에 들면서 자의건 타의건 서양문화를 왕성하게 받아들였고 한국의 근대화에 공이 컸지만 두 개의 폐단을 동반했다. 하나는 극단적인 서양숭배요, 그 반동으로 한국적인 전통을 얕보는 풍조가 그 다른 하나다. 그리하여 전통과 멀어지고, 전통에 무지하고, 전통을 매도할수록 현대적이라는 야릇한 논리가 지배해왔다.
주식회사를 만들 때 보다 많은 주를 들고 나가야 말발이 서고 행세하듯이, 좁아지는 글로벌리제이션 회사에 나갈 때도 세상이 눈을 땡글하게 뜨고 볼 만큼 많은 전통주(株)를 들고 나가야 행세하는 법이다.
우리 한국이 갖고 나갈 그 밑천을 찾고 닦고 빛내야 할 이때에 그간 너무 깔아뭉갠 바람에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런 와중에 젊은이들이 국제무대에서 과시한 손재간은 눈부신 황금이다.
서양사람들이 유목·상업 등 발로 걸어다니는 생업을 영위한 데 비하여, 우리 조상들은 벼농사가 가능한 북한계(北限界)에서 그 많은 손을 요구하는 벼농사를 수천년 지어내린 데다, 기계화가 늦어 생활용품을 극히 근대까지 수공업으로 유지한 까닭에 손재간의 생리적 적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적성이 이 세상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이 독보적임을 확인시켜온 기능올림픽은 올림픽이 아니라 추종을 불허하는 손재간 증명이다. 앞으로 첨단분야와 조화롭게 절충, 새로운 창조로 이어나갈 수 있는 미래상속의 존재증명인 것이다.
나노가 말해주듯 첨단 과학기술은 날로 정밀화·미세화해 가고 있으며, 그에 손재간이 조화되어 반도체에 이어 희망을 주고 있다. 가난밖에 물려준 것 없다고 조상 욕하는 것이 버릇이 돼온 데다 국제적으로 내세울 국가 이미지가 없다고 체념하고 있는 작금, 한국인의 손을 보라고 만방에 외치고 싶은 만세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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