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진시황릉

bindol 2022. 10. 27. 18:10

[이규태코너] 진시황릉

조선일보
입력 2003.12.02 18:27
 
 
 
 

진시황의 지하궁전인 여릉(驪陵)에 전자파 탐지를 하여 그 구조가 밝혀졌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의 기사와 들어맞기도 하고 기사에 없는 구조도 발견되었다는 보도다. 진시황은 13세에 왕위에 오르면서 자신의 능 만드는 일을 착수했는데, 이는 수릉(壽陵)이라 하여 생전에 무덤을 만들면 정해진 수명보다 오래 산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죽기 전에 관을 만들어 놓고 해마다 손수 옻칠을 하면 오래 사는 것으로 알았으며, 이 관재(棺材)를 수목(壽木)이라 불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천하를 평정하고부터 이 능 축조에 70만명을 차출, 생전에 집무했던 함양궁을 본뜬 규모의 지하궁전을 지었다고 했는데 이번 탐지조사에서 축구경기장만한 광장을 발견했으니 바로 이 함양궁일 확률이 높다. 무덤에는 일상에 쓰던 기물이나 인마나 수레를 소형화하여 묻는데 이를 명기(冥器)라 한다.

명기는 소형화한 것이 상식인데 진시황의 그것은 실물 크기라는 것도 감지됐다고 한다. 백관(百官)이 그렇고 도굴을 막는 무사와 무기들도 등신대다. 사자세계를 현실세계에 최단거리로 접근시킨 진시황릉이다. 사기에 보면 수은으로 백천(百川) 강하(江河) 대하(大河)를 만들고 그 수은을 흐르게 했다고 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그 수은이 탐지되기도 했다. 또한 인어(人魚)의 기름으로 촛불을 켜 능 안을 밝혔다던데 그 등화 단지의 흔적 같은 것도 감지됐다 한다.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보면 “인어의 모습은 사람 같고 길이는 한 척 남짓으로 먹지 못한다.

 

껍질은 상어처럼 거칠어 나무를 썰 수 있으며 머리 위에 구멍이 나 있어 기를 그곳으로 뿜는다. 진시황릉 속에 인어기름으로 촛불을 켰다 함은 바로 이 고기기름이다. 동해중에 나며 지금 대주(臺州)에서 잡힌다” 하고 제왕들이 한번 켜면 꺼지지 않는 이 인어기름으로 왕궁을 밝히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이 능은 항우(項羽)에 의해 도굴당했는데 「수경주(水經注)」에 보면 30만인이 30일간 훔쳐내도 못다 꺼냈다 했다. 그 후에도 관동의 도적이 곽(槨)을 둘러쌌던 구리를 녹여 내갔으며 양치기 하나가 길을 잃고 이 능에 들어갔다가 불을 낸 일이 있었는데 90일간 꺼지지 않고 타기도 했었다 한다. 그렇다면 기록 속의 진시황릉은 환상으로 영원할 수도 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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