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도롱뇽 재판

bindol 2022. 10. 27. 18:09

[이규태코너] 도롱뇽 재판

조선일보
입력 2003.12.03 17:20 | 수정 2003.12.03 17:36
 
 
 
 

지난 월말께 울산 법정에서 도롱뇽의 법정 출석을 확인하는 이색 절차가 있었다. 경부 고속전철의 천성산 구간공사 때문에 이 산에 사는 도롱뇽이 죽어가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원고가 피해동물인 도룡뇽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원고는 출정하지 못했지만 도롱뇽의 친구인 환경단체가 대신하여 재판을 진행시켰던 동물재판이었다. 이 자리에는 일본에서 환경파괴에 대항하는 토끼재판, 도요새재판 등을 주도해온 환경운동가들이 응원 방청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동물재판의 역사는 동서간에 유구하다. 돼지를 놓아기르던 중세 프랑스에서는 사람이나 작물, 기물을 다치게 한 돼지를 잡아 도시 한복판에서 재판을 하고 그 자리에서 태형을 집행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1519년 북이탈리아에서 두더지 때문에 피해를 본 농부들이 두더지를 피고로 제소한 궐석재판에서 피해지역에서 두더지의 추방을 선고했는데, 다만 임신한 두더쥐와 아기 두더쥐에 한해서 15일간 유예를 준다는 인정 단서가 붙어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을 탄생시킨 시베리아 유형(流刑)시절, 아이를 떠받쳐 다치게 한 양의 유배살이에 대해 언급했는데, 러시아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친 동물은 유형시키는 관행이 있었다.

 

10여년 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웃집에서 놓아기르는 앵무새의 흉내소리 때문에 심장마비의 발작을 이르켰다 하여 제소했는데, 이 앵무새 재판에서 좁은 새장에 감금, 한 달 동안 물만 먹이고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는 판결을 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동물재판 기록이 없지 않다. 태종 때 일본에서 선물한 코끼리가 사람을 짓밟아 죽였다. 이에 병조판서 유정현이 검사가 되어 사람을 죽인 자는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논고 끝에 사형을 구형하자 재판장인 태종은 보현보살이 타고다니던 영물이요 절도 잘하는 예의를 아는 짐승인지라 감일등(減一等)하여 외딴섬에 유배시키고 있다.

이처럼 동물재판의 역사는 동물이 피고로서 일관돼 있는데, 환경을 고발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대의 그것은 동물이 원고가 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도롱뇽 재판의 판례는 환경보호의 변수로 중량을 갖게 되어 주목되는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코너] 손과 한국인  (0) 2022.10.28
[이규태코너] 진시황릉  (0) 2022.10.27
[이규태코너] 백제 신발  (0) 2022.10.27
[이규태코너] 막달라 마리아  (0) 2022.10.27
[이규태코너] 에카르트 미술사  (0)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