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강남 특별법

bindol 2022. 10. 29. 09:45

[이규태코너] 강남 특별법

조선일보
입력 2003.11.07 17:19
 
 
 
 

새 법률을 양산해 개혁을 시도했던 갑오개혁(甲午改革)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동대문(興仁門)전에 통나무를 쌓아놓고 그 하나를 서대문(敦義門)전까지 옮기면 돈 한 냥씩을 준다고 당시 개혁을 주도하던 정부 명의로 광고를 했다.

갑오개혁 후 정부는 하루에 30~50건의 새 법령을 공포해왔고 이에 생소한 백성들은 그에 둔감, 전혀 믿으려 들지 않았다. 당황한 정부는 법령 이전에 신뢰가 선행돼야 함을 절감하고 이 동-서대문 간의 통나무 옮기는 일로 정확하게 약속한 한 냥 돈을 줌으로써 정부 하는 일에 신뢰를 얻으려 했던 해프닝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발행된 영문잡지 「코리어 리뷰」에 실린 이 동목이서(東木移西)는 기원전 진나라에서 시도됐던ㅡ제재의 남발로 백성이 정부를 믿지 않을 때 그 불신을 회복시키는 정치수단이었다.

진(秦)나라 재상이요 법가(法家)사상의 시조인 상앙(商 )이 법치를 도입하자 백성들이 이전에 없던 법에 신뢰를 두지 않아 통치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법치 이전에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 동문에 세워둔 나무를 뽑아 서문까지 옮긴 자에게 일금을 준다고 법으로 약속하고 그대로 실천, 법의 신뢰를 꾀했던 고사에서 비롯된 정치해프닝이다.

 

공자는 정치의 3대조건으로 식량, 병비(兵備), 신뢰를 들고 이 세 가지 가운데 마지막 하나를 붙들지 않으면 안 되었을 때 그것은 신뢰라 했다. 또한「논어」에「위정자가 신뢰를 받지못하고서 백성을 부리면 선의의 부림일지라도 괴롭힌다고 생각하며,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데 바른 말을 간(諫)해도 자신을 비난하는것으로 생각한다」했듯이 정치에는 믿음이 선행돼야 함을 가르쳤다.

누군가가 만년의 황희(黃喜) 정승에게 정승처럼 정치를 모나지 않고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혜를 물었다. 이에 「논어」만 잘 새겨 읽으면 된다 했으니 법이전에 규범을, 규범 이전에 도의를 우선하는 것이 정치라는 웅변이다.

정부가 강남권의 부동산값의 거품을 빼느라 마치 갑오개혁 직후 같은 규제 남발을 하고 있다. 양도세 보유세를 중과세한다더니 취득 등록세도 최고 6배까지 인상하는 등 또 무슨 강남특별법이 더 가중될지 모를 일이다. 부동산에 무관한 다수에게 피해를 가중시키고 강남 사는 것을 죄악시, 부덕시하는 민심괴리를 부추기는 작금에 거시적인 뒤돌아봄이 있었으면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