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엿보기 소송
파리의 명물인 캉캉춤은 1889년 프랑스혁명 백년제 때 고안해 처음 양성화한 것으로 그 이전에는 은밀한 지하에서의 엿보기 춤이었다.
젊은 무희로 하여금 각종 춤사위로 하반신을 노출시키는 춤을 추게 하여 구멍을 통해 엿보게 하던 성감 흥분무(舞)였다. 프랑스에서는 이 엿보기 영화도 성행하여 동전만 넣으면 성행위 장면을 볼 수 있는 박스를 늘어놓고 장사를 했다. 이것이 미국에 건너가 스코피 문화라는 인간의 엿보기·엿듣기 본능을 대상으로 하는 흥행문화를 정착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1040년 영국 코벤트리의 영주(領主)가 주민에 대해 가혹한 세금을 부과한 데 대해 영주의 부인인 고디바 부인이 앞장서 세금을 덜어달라는 간청을 했다. 이에 영주는 네가 전라(全裸)가 되어 말을 타고서 성안을 한바퀴 돌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라핀의 ‘영국사’에 나오는 이야기로 고디바 부인은 이를 실천했고 영주도 그 약속을 지켰다. 부인이 나체로 성안을 돌 때 주민들은 그 사실을 알고 모두 문을 닫고 내다보지 않았으나 단 한집 양복점을 하는 톰만이 문틈으로 엿보았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장님이 되었다 한다. 엿보기에 대한 응징이요, ‘피핑 톰’ 하면 엿보기하는 얼간이란 뜻이다.
서양에 톰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삼새’가 있다. 시골 삼밭에서 새가 갑자기 나는 것을 보면 삼새 떴다 하여 귓속말로 동네에 퍼진다. 신발 벗어들고 그 삼밭 이웃의 담 아래로 모여들어 그 음침한 삼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사를 숨죽이며 엿본다.
좁은 주거공간인지라 시골사람들은 대체로 들판에 나가 사랑을 하는데 가장 선호되는 곳이 시야를 가리는 삼밭이었다. 엿보기꾼을 꾀쇠라고도 하는데 흥부전에서 남의 집 울타리 뚫고 엿보기나 엿듣기를 일삼는 꾀쇠아비에서 비롯된 호칭일 것이다. 고려말의 공민왕이 나이 어린 미남들을 들여다 비빈(妃嬪)과 난잡하게 놀게 하고 구멍 틈으로 이를 엿보는 변태성욕이 정사에 기록돼 있으니 상류사회에도 이 엿보기 문화가 침투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온천탕 직원이 여탕 천장에 올라가 속을 엿보다가 천장이 내려앉아 부상을 입자 1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이 있었다. 엿보기에도 그만한 돈이 드는 세상인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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