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화씨 451도
흔한 조사결과이지만 요즈음 어린이들의 텔레비전 친화도와 책과 멀어지는 독서 소원도(疏遠度)와는 정확하게 반비례한다는 조사가 있었다.
책 등 활자로 정보와 지식을 얻는 활자시대가 가고 텔레비전 등 영상으로 정보와 지식을 얻는 시대가 닥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그 교체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져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텔레비전만 보고 자라는 영상세대는 사고나 행동이 획일화하고 감성적인 데다 개성의 골이 사라지며, 책을 찾아 읽는 활자병행 세대는 다소나마 사고나 행동이 차별화되고 논리적이며 개성의 골이 상대적으로 깊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인류가 두려워하는 것은 획일인간의 양적 생산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인공자궁에서 96개의 태아세포를 배양, 획일인간을 양산해내는 미래사회의 공포를 그린 것이다. 복제인간이 논란이 된 것도 반드시 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만이 아니라 획일인간의 양산으로 빚어질 난세를 우려해서다. 텔레비전 친화도가 깊어간다는 것은 이 공포의 시공이 과학적 수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저항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수년 전 개봉됐던 영국영화에 「화씨 451도」라는 게 있었다. 텔레비전이 극도로 발달하여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미래의 나라 이야기로 이곳에서 정보나 지식은 모두 텔레비전이 전달한다. 인간이 「사상」이라는 유해한 것을 갖거나 「고민」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갖게 된 것은 모두 책을 읽기 때문으로 돌리고, 정부는 책 갖는 것을 엄금하고 진시황처럼 찾아내는 족족 소각대를 출동시켜 태워버린다. 영화제목인 「화씨 451도」는 바로 종이가 타오를 때의 온도다.
유능하고 우수한 소각대원 몬타구는 젊은 여인 클라리스와 사귀는데 텔레비전대로만 움직이는 아내 린다의 공허함과 비교해보면 클라리스는 생동감이 넘치고 지적이며 매력이 넘쳤다. 그녀는 남몰래 금단의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영향으로 몬타구도 책을 읽게 되면서 그 생동감에 매혹당한다.
아내는 몬타구를 고발하고 몬타구는 소각대장을 화염 방사기로 태워죽이고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된다. 하지만 텔레비전 인간들이라 범인 색출에도 획일적 동작과 행동을 하기에 허점이 들어나고 그 허점을 이용하여 탈출, 책만을 읽고 사는 산속 오지마을에 안주를 한다. 바로 그 화씨 451도의 세상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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