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신저우(神舟) 5호
어제 발사한 중국의 유인 우주선은 구소련과 미국이 61년에 성공시킨 이래의 시도로, 성공하면 3대 우주대국으로 발돋움하는 파워게임 측면에서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군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정보는 일체 기밀이요, 무인 우주선을 쏴올렸을 때도 성공 후에야 국영통신이 보도했었다. 이 유인 우주선 이름이 선저우(神舟)요, 그 계획도 선저우 계획이다. 미국 우주선과 그 계획이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인 아폴로였듯이 선저우도 중국 고대신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중국 신화에서 천계에 사는 신선으로 도교에서 최고위의 신격을 누리고 있는 것이 서왕모(西王母)다. 그녀가 사는 땅에 천년 걸려 꽃이 피고 천년 걸려 열매가 있는 선도(仙桃)가 있는데 이를 먹으면 장생불사한다 하여 무척들 노렸다.
이 선도를 구하거나 훔치기 위해서는 천상의 선계를 내왕해야 한다. 그 내왕하는 수단이 선저우다. 태양이 열 개나 나와 더워 못살게 됐을 때 아홉 개를 쏘아 떨어뜨린 신화시대의 영웅 예( )가 서왕모에게 선도를 얻으러 갔을 때도 선저우를 타고 갔고, 그의 아내 항아(姮娥)가 그 선도를 혼자서 다 먹고 달나라로 줄행랑칠 수 있었던 것도 선저우 덕분이었다.
신선도에 도통한 임금인 목왕(穆王)이 여덟 마리 준마가 끄는 선저우를 타고 서왕모를 만난 것이며, 역시 신선도에 도통한 소왕을 찾아 서왕모가 세 번이나 하천했을 때도 선저우를 타고 왔었다. 신선소설인 ‘동유기(東遊記)’ ‘남유기(南遊記)’ ‘서유기(西遊記)’에 서왕모가 등장하는데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선저우를 타고 상천하여 선도를 훔치다 들켜 풍만한 용모의 서왕모가 나와 꾸지람한다.
이 천상 도전의 교통수단을 유인 우주선의 이름으로 삼은 것이며, 이 선저우 우주선 모양도 선도처럼 복숭아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한다. 신화와 현대 첨단과학의 접합으로 성공의 비원을 담은 것이 중국인답다.
유인 우주비행은 로켓과 생명유지 위성회수의 삼위일체에 신뢰가 이뤄져야 가능한데, 로켓은 이제까지 26회의 성공을 거듭했고 위성회수는 16회 성공하여 걱정이 없는데, 생명유지는 여태까지 인형을 대신했을 뿐으로 첫 번째 시도가 된다. 수천년간 내로라 하는 영웅들이 따오기를 실패한 서왕모의 선도를 이번 선저우가 따오게 될지 기대되는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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