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투전(投錢) 소원풀이
유럽의 옛도시들에는 광장이 있고 광장 복판에는 분수 샘이 있게 마련이다. 이동민족으로 이합집산하는 나그네들과 그들이 모는 말이나 나귀의 식수를 위해서였다. 이 분수샘들은 상하 2단으로 돼 있는데 물 마시는 사람과 말을 차별하기 위해서다. 그 샘 밑바닥에는 으레 동전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이 유럽이나 호주, 동남아의 샘들 밑바닥에 던져진 한국 동전을 긁어모아 지폐로 바꿔 간 호주인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적지 않게 2500만원어치에 이르렀고, 그 무게만 730㎏으로 자루 8개에 나누어 담아들고 온 것이다. 그동안 외국에 나간 한국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으로 묵과할 수 없는 거액이며, 왜 돈을 샘에 던지는가 그에 표출된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를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끼게 한다. 동전을 던질 때 한국사람들은 은밀한 크고 작은 소원을 속으로 뇌까리며 던졌을 것이다. 곧 투전(投錢)은 한국인의 초자연적인 힘에 의탁하는 기원 문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상여 나갈 때 메기는 향두가를 들으면 망자(亡者)는 저승에서 온 일직사자(日直使者)에 의해 손을 이끌리고, 월직사자(月直使者)에 의해 등을 밀려 끌려간다. 이들에게 인정 곧 뇌물을 주지 않으면 신발 하나 고쳐 신지 못하고 개처럼 끌려 간다. 저승 문전에 다다르면 맨 먼저 달려나온 것은 심판받을 때 형 집행인들인 우두나찰(牛頭羅刹)과 마두나찰(馬頭羅刹)이 소매를 끌어대며 인정을 달라고 강요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은 한국인의 저승관(觀)에 들어맞지 않는다. 이 뇌물을 위해 돈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여 나갈 때 지전(紙錢)다발을 들려 행렬에 끼게 하는 것이 바로 저승에서 필요한 망인의 휴대 금전이다. 저승을 내왕하며 망자와 만나는 씻김굿 등 무당굿들에서 돈을 놓거나 던지는 것도 바로 이 망자에게 송금하는 것이다. 이승 저승 간이나 형이상하(形而上下) 세계의 통신수단으로 이 투전이 자리잡게 되면서 운명을 지배하는 초월자에게 소원을 빌 때, 그 전달 수단으로 투전하는 습성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늘에 가까이 닿는 거목을 서낭이라 하여 투전을 하고, 정화수(井華水) 떠놓고 빌 듯 저승에 가까운 샘물에 신통력이 있다고 보고 투전에다 소원을 실은 것일 게다. 이 샘 바닥의 동전 수집이야말로 한국의 고유문화에 착안한 기발한 벤처산업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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