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0대와 50대는 전체 연령의 32.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다. 이 세대가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은 전체의 53.3%로 절반을 넘는다. 국가경제 측면에서 ‘경제의 허리’이자 인생 주기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시기다. 동시에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의 부담을 양쪽에서 떠안아야 하는 고단한 ‘샌드위치 세대’이기도 하다. 자산이 많은 만큼 이 세대가 짊어진 부채 비율은 60.2%(948조 원)에 달한다.
▷요즘 4050세대 중에는 젊은 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가 적잖다. 정부가 청년을 우대하는 부동산, 금융 정책을 쏟아내면서 “중장년층을 외면하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높아졌다. 최근 발표된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대책’만 해도 종류에 따라 최대 80%가 청년층에 배분되는 구조여서 “젊은이만 국민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4050세대도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를 챙길 여력은 급속히 사라지는 분위기다.
▷현재 추진되는 청년 정책의 상당수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놨던 공약에서 출발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특정 세대를 챙기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소외되는 세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4050세대 일각에서는 납세 거부 운동을 하자는 극단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연금, 노동 개혁 같은 본질적 대책은 놔두고 보여주기식 선심성 정책을 앞세운 결과가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