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상들도 부러워한 록스타급 인기 속에 대통령궁을 떠났던 그의 퇴임 후 추락과 재기 과정은 롤러코스터급이다. ‘세차 작전(Operation Carwash)’으로 불린 검찰의 부패 수사에서 수백억 달러의 뇌물과 돈세탁 혐의가 드러난 그는 2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절차적 문제로 2019년 재판 무효 판정을 이끌어낼 때까지 부패 정치인 딱지를 달고 580일간 감옥살이를 했다. 77세 나이에 선거판에 다시 뛰어든 그는 그제 대선에서 브라질의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며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브라질의 정권 교체는 라틴 아메리카 ‘핑크 타이드’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 등 7개 주요국 중 6개국이 이미 진보 정권으로 교체된 상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악화한 빈부 격차와 실업이 좌파 물결을 일으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의 경우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도 작용했다. 그의 극우 정권을 받쳐온 농업 자본과 보수 기독교, 군부의 이른바 ‘3B(beef, bible, bullet)’는 힘을 쓰지 못했다.
▷룰라는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지만 집권기 그의 정책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중도에 가까웠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걸어 다니는 변형 동물’이 되고자 한다. 바뀌는 사실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걸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 ‘룰라노믹스’에 대한 국민의 향수가 미래 기대치까지 한껏 높여 놓은 시점이다. 룰라가 집권 3기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부를 키웠던 그의 화려한 과거 성과까지 한순간에 흔들릴지 모른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